영화 어쩔수가없다 후기: 거장의 미장센 속에 갇힌 불친절한 피카레스크

영화 어쩔수가없다 후기

박찬욱 감독의 12번째 장편 영화이자, 호화 캐스팅으로 개봉 전부터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던 영화 어쩔수가없다(No Other Choice)를 관람하고 왔습니다. 도널드 E. 웨스트레이크의 소설 '액스(The Ax)'를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베니스와 부산, 토론토 등 유수의 영화제를 휩쓸며 기대를 한 몸에 받았는데요.

하지만 직접 마주한 영화는 거장의 이름값이 주는 무게감에 비해, 관객 개개인의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릴 수밖에 없는 기묘한 결과물이었습니다. '박찬욱다움'이라는 화려한 미장센 뒤에 숨겨진, 어느 가장의 처절하고도 불쾌한 분투기를 상세히 정리해 보겠습니다.

1. 영화 기본 정보 및 주요 출연진

한국 영화계의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총출동한 이번 작품의 기본 정보입니다.

  • 제목: 어쩔수가없다 (No Other Choice)
  • 장르: 스릴러, 블랙 코미디, 범죄, 드라마, 사회고발
  • 감독: 박찬욱
  • 원작: 도널드 E. 웨스트레이크 소설 '액스(The Ax)'
  • 출연: 이병헌, 손예진, 박희순, 이성민, 염혜란, 차승원 등
  • 개봉일: 2025년 9월 24일
  • 상영 시간: 139분 (2시간 19분)

2. 줄거리 요약: 나를 위한 자리가 없다면, 만들어서라도 갖겠다

25년 경력의 제지 전문가 만수(이병헌)는 남부러울 것 없는 가장이었으나, 갑작스러운 해고 통보를 받습니다. "어쩔 수가 없다"는 회사의 무책임한 말 한마디에 일상은 무너지고, 1년 넘게 재취업에 실패하며 벼랑 끝으로 내몰립니다.

자신의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인 [문 제지]에 들어가기 위해, 만수는 기상천외하고도 잔혹한 결심을 합니다. 바로 자신보다 앞서 있거나 경쟁자가 될 만한 인물들을 직접 제거하는 것. 사랑하는 아내 미리(손예진)와 아이들을 지키겠다는 명분 아래, 만수는 인간성을 버리고 피 묻은 취업 전선에 뛰어듭니다.

3. 관람 후기: 취향에 안 맞는 건 정말 '어쩔 수가 없다'

거장의 연출과 화려한 캐스팅을 고려했을 때, 영화가 남긴 인상은 기대보다는 아쉬움에 가깝습니다.

➤ 미장센에만 치중된 듯한 공허한 전개

박찬욱 감독 특유의 탐미적인 영상미와 감각적인 미장센은 여전합니다. 하지만 서사적인 측면에서 보면, 139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이 굳이 필요했을까 싶을 정도로 이야기가 늘어지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습니다. 모든 사건이 치밀한 설계보다는 '얼렁뚱땅 얻어걸린' 듯한 인상이 강해, 서사적 쾌감보다는 지루함이 앞서는 순간이 많았습니다.

➤ 화려한 캐스팅, 그러나 불균형한 비중

이병헌 배우의 원맨쇼에 가까운 열연은 압권입니다. 하지만 박희순, 이성민, 차승원 등 쟁쟁한 배우들의 분량이 예상보다 적어 이들의 시너지를 기대한 관객이라면 실망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짧은 분량 속에서도 극의 분위기를 잡아주는 손예진 배우의 존재감이 강렬하게 다가오는데, "이병헌의 영화인 줄 알았더니 결국 손예진의 영화였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내 캐릭터의 입체적인 면모가 돋보입니다.

➤ 집중을 방해하는 대사 전달력의 아쉬움

박찬욱 감독 영화에서 대사가 잘 들리지 않아 당황했던 적은 처음이었습니다. 특정 상황에서 의도된 자막 처리를 제외하고도, 일반적인 대화 장면에서 발음이 뭉개지거나 주변 소음에 묻히는 경우가 잦아 몰입이 계속 깨졌습니다. 영화의 흐름을 파악하는 데는 지장이 없었으나,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해야 할 스릴러 장르에서 이는 꽤 큰 결점으로 작용했습니다.

➤ 중반 이후 급격히 꺾이는 몰입도

영화는 만수가 주변 인물들을 하나씩 마주하며 인간성을 잃어가는 과정을 살벌하게 묘사합니다. 하지만 차승원 배우가 연기한 '고시조' 캐릭터가 등장하는 시점부터 영화의 톤이 급격히 허무맹랑해집니다. 이 구간부터는 삭제된 장면이 많게 느껴질 정도로 전개가 뜬금없게 느껴졌고, 결국 영화가 끝날 때까지 "도대체 무엇을 보여주려 한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명쾌한 답을 얻지 못했습니다.

4. 결론: 인간성을 내다버린 가장의 슬픈 발버둥

영화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 주변을 망가뜨리는 가장의 모습을 통해 우리 사회의 실업 문제와 인간의 이기심을 고발합니다. 하지만 그 과정이 흥미롭거나 긴박하게 다가오기보다는 기괴하고 피로하게 느껴집니다. 마지막 크레딧과 함께 나오는 영상마저 당혹스러움을 안겨주며 영화는 끝을 맺습니다.

감독의 숨겨진 의도를 하나하나 분석해야만 재미를 찾을 수 있는 영화라면, 대중적인 오락 영화로서의 매력은 부족하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박찬욱 감독의 필모그래피 중 가장 지루한 경험이었으며, 취향에 맞지 않는 건 정말 '어쩔 수가 없다'는 제목 그대로의 감상을 남긴 작품이었습니다.

5. 최종 평점 및 요약

➤ 한 줄 평

예술적 미학에 매몰되어 관객과의 소통을 놓쳐버린, 공허하고 긴 취업 잔혹사.

⭐ 최종 평점: 1.9 / 5.0 ⭐

➤ 관람 포인트

  • 이병헌의 처절한 연기와 손예진의 짧지만 강렬한 카리스마.
  • 박찬욱 감독 특유의 탐미적인 미장센을 즐기는 팬이라면.
  •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블랙 코미디와 피카레스크 문법으로 풀어낸 방식.

영화 '어쩔수가없다'는 거장의 이름값과 배우들의 열연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는 흥미를 느끼기 어려웠던 작품이었습니다. 여러분은 만수의 이 극단적인 선택에 공감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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