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강남좀비 후기 - 81분도 아까운 좀비 영화일 필요조차 없었던 영화

영화 강남좀비 후기

영화 강남좀비 후기 — 81분도 아까운, 좀비 영화일 필요조차 없었던 작품

지니TV 무료 영화 리스트에 올라와 있길래 러닝타임도 짧고 해서 몹쓸 호기심으로 눌러버렸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누르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이 영화, 그냥 별로인 영화가 아니에요. 관객을 무시하는 수준이라는 말이 딱 맞는 영화입니다.

기본 정보

  • 제목: 강남좀비 (Gangnam Zombie)
  • 감독: 이수성
  • 각본: 최승호
  • 장르: 공포, 액션, 좀비 아포칼립스, 스릴러
  • 주연: 지일주 (현석 역), 지연 (민정 역), 조경훈 (왕이 역)
  • 개봉일: 2023년 1월 5일
  • 상영 시간: 81분
  • 배경: 2021년 12월 24일 강남역 인근 건물
  • 제작: 제이앤씨미디어그룹

주연 지일주는 어떤 배우?

2008년 드라마 <태양의 여자>로 데뷔한 지일주는 <청춘시대>, <그 남자의 기억법>, 영화 <가장 보통의 연애> 등 다수의 작품에서 선과 악을 넘나드는 개성 있는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소화해온 배우입니다. 특히 JTBC <청춘시대>에서 고두영 역을 맡으며 인지도가 크게 올랐는데, 이 역할의 임팩트가 워낙 컸던 탓에 이후로도 비슷한 유형의 캐릭터 이미지가 따라다니는 배우이기도 합니다. IQ 156의 멘사 회원으로 tvN <문제적 남자>에 출연해 지적인 면모를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나름 쌓아온 배우가 왜 이 영화에 출연했는지는 솔직히 지금도 이해가 잘 안 됩니다. 최근 필모그래피를 보면 이런 급의 작품에 꾸준히 이름을 올려온 게 사실이기는 한데, 그렇다고 해서 납득이 되는 건 아니에요.

줄거리 요약

2021년 크리스마스이브, 강남역 인근 한 건물에 좀비 사태가 발생합니다. 전 태권도 국가대표 상비군 출신 직장인 현석(지일주)은 같은 회사 동료 민정(지연)과 함께 건물에 갇히고, 좀비들과의 처절한 사투를 시작합니다. 건물이 봉쇄된 채로 좀비와 싸우며 살아남아야 한다는 설정이에요.

한 줄로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킹왕짱 터프한 전 국가대표 남주가 도도한 여주를 지키기 위해 박력 넘치는 좀비들과 싸운다. 문제는 이 단순한 설정조차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다는 겁니다.

등장인물

현석 (지일주) — 태권도 국가대표 상비군 출신이라는 설정 덕분에 발차기 액션을 가져가는 캐릭터입니다. 숨겨진 능력을 가진 순애보 남자 포지션인데, 연기가 오글거리는 정도가 지일주 본인의 다른 작품들과 확실히 다릅니다. 분명 열심히 하려는 게 보이는데 결과물이 주말 드라마 과잉 연기에 가깝게 나왔어요.

민정 (지연) — 도도하고 시크한 여주 포지션. 마찬가지로 자기 차례에 연기를 소화하는 것 이상의 무언가가 없습니다. 두 사람 사이에 케미가 살아야 하는데 그런 건 없고, 둘 다 따로따로 연기하는 느낌만 납니다.

왕이 (조경훈) — 첫 좀비 감염자. 컨테이너 박스를 털다 고양이에게 물려 감염되는 설정으로 등장하는데, 이 캐릭터가 이후에 다시 나타나 사무실을 쑥대밭으로 만드는 역할을 합니다. 그 과정이 당황스럽기 그지없어요.

태수 (최성민) — 유튜브 떡상을 위해 좀비 사태를 콘텐츠로 활용하려는 자기중심적 대표 캐릭터. 나쁜 놈 포지션인데 과하게 잡은 설정 치고 실제로 보여주는 게 없습니다.

시청 후기 — 그나마 건질 수 있는 것들

러닝타임은 짧다

81분입니다. 그것만큼은 인정합니다. 보다가 중간에 포기하거나 뒤로 넘기고 싶어지는 충동을 억누르면 어쨌든 끝은 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영화의 유일하게 칭찬할 수 있는 부분이 짧다는 것입니다.

좀비 설정 자체는 나름 독특한 시도가 있다

지능이 일부 남아있는 좀비 설정은 나쁘지 않습니다. 단순히 달려드는 것만이 아니라 공격을 회피하거나, 생전의 행동 패턴이 남아있는 방식으로 묘사되는 좀비 특징은 아이디어 차원에서는 흥미로운 설정이에요. 카포에라를 쓰는 좀비가 등장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이디어만 놓고 보면 살릴 수 있었던 부분인데, 실제 연출에서 그 가능성을 다 날려버렸습니다.

태권도 액션을 전면에 내세운 시도는 의도가 보인다

K-좀비 장르에 태권도라는 한국적인 액션을 얹겠다는 시도 자체는 이해가 됩니다. 발차기 중심의 액션이 좀비 영화에서 어떻게 보일지라는 아이디어 자체는 나쁘지 않아요. 다만 그 시도가 예산과 연출 역량의 한계에 막혀 결과물로 살아나지 못했을 뿐입니다.

코로나 시국 배경을 활용하려는 흔적

2021년 크리스마스이브, 코로나 시국을 배경으로 청년들의 현실을 담으려 한 의도가 보입니다. 월급 체불, 월세 압박 같은 청년 문제를 좀비 아포칼립스와 연결하려는 시도 자체는 읽힙니다. 문제는 그 연결이 전혀 조화롭지 않게 나왔다는 거예요.

시청 후기 — 당황스러웠던 것들

60분이 그냥 버려진다

81분짜리 영화인데 체감상 전반 60분에는 볼 만한 내용이 없습니다. 실질적으로 좀비 영화다운 장면이 나오는 건 후반 20분 정도예요. 그 앞까지는 어처구니없는 설정들과 납득 안 가는 전개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굳이 본다면 후반 20분만 보셔도 다 본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경비원이 갑자기 비보잉을 춘다

이 영화에서 가장 황당한 장면입니다. 좀비 사태가 벌어지는 와중에 경비원 캐릭터가 아무런 맥락 없이 냅다 비보잉을 시전합니다. "이 사람도 꿈이 있었어요" 같은 걸 보여주려 한 건지 모르겠는데, 좀비 영화에서 이 장면이 왜 들어가 있는지 전혀 납득이 안 갑니다. 긴장감을 완전히 증발시키는 것도 모자라서 "지금 뭘 보고 있지?" 하는 멍한 상태가 됩니다.

주인공들이 왜 건물을 못 벗어나는지 납득이 안 된다

봉쇄된 건물에서 살아남는다는 설정인데, 그 봉쇄의 당위성이 설득력 있게 전달되지 않습니다. 월급이 밀렸고 월세가 밀렸다는 사회적 맥락을 보여주려 한 건지는 모르겠는데, 그게 좀비와 연결이 안 되고, 주인공들이 왜 그 상황에서 그 공간에 묶여있어야 하는지를 끝내 납득시키지 못합니다.

예산이 얼마인지 화면에서 그대로 보인다

나름 강남의 큰 상가 건물을 섭외해놓고, 엑스트라 숫자가 너무 빈약해서 좀비 사태라는 느낌이 전혀 안 납니다. 개인전 수준의 규모로 좀비 아포칼립스를 표현하려다 보니 장르 자체의 기본 스펙이 충족되지 않아요. 차량이 등장하는 장면은 마치 좀비 게임의 한 장면 같은데, 그마저도 무력화하는 방식이 황당하기 그지없습니다.

사회적 메시지를 욱여넣으려 했는데 좀비와 전혀 안 어울린다

코로나, 청년 실업, 갑질하는 건물주, 자기밖에 모르는 상사 등 사회적 메시지를 담으려 한 흔적이 곳곳에 보입니다. 의도 자체는 이해하지만, 이 메시지들이 좀비 아포칼립스 장르와 전혀 조화롭게 섞이지 않습니다. 따로따로 던져져 있는 느낌이라 결국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 영화인지가 끝까지 불분명합니다.

결론: 극장 관객 2천 명에게 고생하셨습니다

이 영화가 정식 극장 개봉을 했다는 사실이 지금도 신기합니다. 그것도 크리스마스 연휴 시즌에 개봉을 했어요. 당시 극장에서 직접 보신 약 2천 명의 관객분들께는 진심으로 고생하셨다는 말을 드리고 싶습니다.

OTT 무료 콘텐츠로 호기심에 보는 것조차 추천하지 않습니다. 믿고 거르는 제작사의 작품이라는 게 괜히 나오는 말이 아닙니다. 좀비라는 소재, 그리고 지일주·지연이라는 배우 이름에 기대치가 생기는 것도 이해하지만, 그 기대치는 빠르게 접는 게 81분을 아끼는 방법입니다.

좀비 영화일 필요조차 없었는데 좀비 영화를 선택한 영화. 뚫어본 척은 혼자 다 한 영화. 이 두 문장으로 정리가 됩니다.

평점: 1.1 / 5.0

대신 이 영화 보는 시간에 볼 것: <#살아있다> (한국 좀비 영화 중 무난한 선택), <반도> (규모 있는 한국 좀비 액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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