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한국판 후기 — 리메이크 하지 말랬잖아를 증명한 영화

영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한국판 후기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한국판 후기 — 리메이크 하지 말랬잖아를 몸소 증명한 영화

결론부터 말하면, 보고 나서 "역시나" 소리가 바로 나왔습니다. 대만 원작이 있는 하이틴 로맨스 영화를 한국에서 리메이크한 세 편 중 마지막으로 개봉한 게 이 영화인데, 앞선 두 편이 그래도 나름 봐줄 만하거나 무난했던 것과 달리, 이 영화는 처음부터 우려했던 점들을 하나씩 확인해주는 작품이었습니다. 솔직하게 적어볼게요.

기본 정보

  • 제목: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You Are the Apple of My Eye)
  • 감독: 조영명
  • 원작: 대만 영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2011)
  • 장르: 청춘, 로맨스, 드라마
  • 주연: 진영 (구진우 역), 다현 (오선아 역)
  • 개봉일: 2025년 2월 21일 (부산국제영화제 2024년 10월 3일)
  • 상영 시간: 102분

주연 진영은 어떤 배우?

진영은 본명 정진영으로, 1991년생입니다. 2011년 보이그룹 B1A4의 리더 겸 리드보컬로 데뷔했고, 그룹 내 메인 프로듀서로서 <SOLO DAY>, <Rollin'> 등 B1A4의 주요 히트곡을 직접 작사·작곡한 아티스트이기도 합니다.

배우로서는 2014년 영화 <수상한 그녀>에서 주인공의 손자 역으로 스크린 데뷔를 했고, 2016년 KBS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 김윤성 역을 맡아 KBS 연기대상 남자 신인상을 수상하며 본격적으로 인정받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내안의 그놈>, <경찰수업>, 넷플릭스 <첫사랑은 처음이라서> 등을 거치며 아이돌 출신이라는 수식어 없이도 필모그래피를 꾸준히 쌓아온 배우입니다.

아이돌 출신 배우들 중에서도 연기력 논란이 거의 없다는 평가를 꾸준히 받아온 케이스라, 이번 영화에서의 결과물이 더 아쉽게 느껴집니다.

줄거리 요약

수업 시간에 장난을 치다 걸린 구진우(진영)는 벌로 반장 오선아(다현)의 앞자리에 앉아 특별 감시를 받게 됩니다. 모범생과 장난꾸러기,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사람이 점점 가까워지면서 서로에게 끌리게 되지만, 마음을 표현하는 건 여전히 서툴기만 합니다. 열여덟 번의 봄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첫사랑 이야기예요.

원작인 대만 영화가 2011년 개봉 당시 아시아 전역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작품이라 기대감이 있었고, 특히 진영과 다현이 OST 작사·작곡·가창까지 직접 참여했다는 점은 개봉 전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등장인물

구진우 (진영) — 장난기 넘치는 학생으로, 원작의 커징텅 캐릭터를 한국식으로 옮긴 역할입니다. 진영의 이미지 자체는 나쁘지 않은데, 캐릭터가 살아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습니다. 연기를 못한다기보다 감독의 디렉팅과 맞물려서 캐릭터 자체가 납득이 안 가게 그려진 느낌이에요.

오선아 (다현) — 원작의 션자이를 한국판으로 옮긴 모범생 캐릭터. 다현의 연기는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습니다. 자기 파트에서는 충분히 소화하는 편이었는데, 문제는 두 사람 사이의 케미가 단 한 장면에서도 살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조연진 (손석구 제외 다수) — 친구 무리 캐릭터들이 꽤 많이 등장하는데, 원작에서 웃음과 청춘의 활력을 담당했던 조연들의 에너지가 이 영화에서는 거의 느껴지지 않습니다.

시청 후기 — 그나마 좋았던 것들

다현의 연기는 예상보다 나쁘지 않다

솔직히 걱정을 많이 했는데, 다현은 적어도 자기 파트에서는 무난하게 소화했습니다. 눈빛이나 감정 표현이 아이돌 특유의 어색함이 크게 느껴지지 않았고, 오선아라는 캐릭터의 차분한 분위기를 유지하는 데는 성공했어요. 이번 작품에서 작곡까지 처음으로 도전했다는 점도 나름 인상적이었습니다.

OST에 두 배우가 직접 참여한 시도는 의미 있다

진영은 기존 출연작들에서도 OST 작업을 해온 배우이고, 이번엔 다현과 공동으로 OST를 작업했습니다. 두 주연 배우가 곡의 작사·작곡·가창까지 함께 한다는 시도 자체는 흥미롭습니다. 영화 내용과 별개로 이 시도 자체는 기억해둘 만한 포인트예요.

2000년대 초반 시대 감성 자체는 분명히 있다

교복, 학교 풍경, 당시 감성의 소품들을 재현하려는 시도는 느껴집니다. 그 시절을 실제로 보낸 세대라면 소소한 디테일에서 반가운 부분이 있을 수 있어요. 의도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부산국제영화제 초청작이라는 점

2024년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되어 먼저 상영됐습니다. 완성도의 문제와 별개로, 국내 대표 영화제에 걸린 작품이라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시청 후기 — 아쉬웠던 것들

두 주인공 사이에 케미가 단 한 줄도 없다

이 영화의 치명적인 문제입니다. 첫사랑 영화에서 두 사람이 서로에게 끌리는 과정이 납득이 가야 하는데, 진영이 다현에게 빠지는 것조차 설득력 있게 그려지지 않습니다. 각자 맡은 파트를 연기하는 것처럼만 보이고, 두 배우가 같은 장면 안에서 호흡을 맞추는 느낌이 전혀 없어요. 케미가 없으면 첫사랑 영화의 전제 자체가 무너집니다.

오글거림의 수위가 눈을 질끔 감게 만드는 수준이다

<넌 내게 반했어> 장면이 등장하는 순간 얼굴이 화끈거렸습니다. 2000년대 초반 감성을 담아내려는 의도는 이해하는데, 그 장면을 저렇게 연출하면 추억이 살아나는 게 아니라 내 추억이 망가지는 느낌이에요. 설레임이 전달되어야 할 장면들이 오히려 민망함으로 다가오는 경우가 여러 번 있었습니다.

원작에서 지워야 할 코드는 지우고, 지우지 않아도 될 코드는 살렸다

원작에는 호불호가 갈리는 성적인 코드가 일부 있는데, 한국판에서는 그 부분을 자제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건, 굳이 살릴 필요 없어 보이는 조연의 망가지는 설정은 그대로 두면서 정작 두 주인공의 감정선을 쌓는 데 필요한 장면들은 얕게 처리됐다는 점이에요.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살릴지의 우선순위가 납득이 안 갑니다.

홍보가 너무 없어서 영화 검색하면 원작만 나온다

제목이 원작과 동일한데 사전 화제성이 거의 없었습니다. 영화를 검색하면 한국판보다 대만 원작에 대한 정보가 먼저 뜹니다. 리메이크를 결정했다면 원작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었어야 했는데, 콘텐츠 면에서도 마케팅 면에서도 그 시도가 전혀 보이지 않았어요. 애초에 흥행을 기대하지 않은 프로젝트였나 싶을 정도입니다.

감독의 디렉팅이 전체적으로 어디를 향하는지 모르겠다

이 영화를 보면서 가장 많이 든 생각이 "감독이 원하는 그림이 뭔가?"였습니다. 첫사랑의 설렘인지, 고3의 허무함인지, 2000년대 초반 향수인지 명확하지 않아요. 배우들이 가진 매력을 끌어내려는 디렉팅보다는 장면 장면을 배치하는 데 그친 느낌입니다. 아름다운 청춘 영화를 만들고 싶은 의도는 보이는데 명장면을 만드는 감각이 아직 부족해 보였습니다.

결론: 리메이크 세 편을 모두 본 입장에서

대만 원작 하이틴 로맨스를 리메이크한 세 편 중에서, 이 영화가 가장 우려되는 작품이라고 처음부터 생각했습니다. 전문 배우가 아닌 아이돌 출신 주연, 메이저 배급이 아닌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 원작 감성을 한국으로 옮기는 게 세 편 중 가장 어렵다는 판단까지. 그리고 결과는 역시나였습니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가장 마지막에 개봉했다는 건, 어쩌면 리메이크가 왜 어려운지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차라리 원작을 그대로 복붙하는 형태의 리메이크가 나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요.

평점: 1.9 / 5.0

함께 보면 좋은 작품: 대만 원작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2011, 비교 감상 추천), <건축학개론> (한국 첫사랑 영화의 완성도 있는 케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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