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평소 잘 쓰지 않는 생소한 비즈니스 용어를 접하게 됩니다. 특히 격식을 차려야 하는 공문이나 메일에서는 단어 선택 하나하나가 회사의 이미지를 결정짓기도 하는데요.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거래처에 보내는 공문에 '폐사'라는 단어를 사용했다가, 회사가 문을 닫는 줄 알고 놀란 거래처들로부터 항의 섞인 문의 전화를 받았다는 한 직장인의 사연이 올라와 '비즈니스 상식' 논란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과연 '폐사'라는 표현은 당연히 알아야 할 상식일까요, 아니면 이제는 사라져야 할 구시대적 유물일까요? 직장인들 사이에서 의견이 극명하게 갈리는 이 사안을 심층 분석해 보았습니다.
➤ 거래처 30곳 중 2곳에서 "회사 접나요?" 확인 전화
사연의 주인공인 A씨는 거래처에 원자재 가격 인상으로 인한 납품가 변경 공문을 발송했습니다. 공문 서두에 "귀사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와 "폐사의 원자재 가격 인상으로 인한..."이라는 문구를 넣어 팩스와 메일로 발송했죠.
하지만 공문을 받은 거래처 약 서른 곳 중 두 곳에서 "회사를 왜 접느냐"는 당황스러운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심지어 한 곳에서는 회사가 망하는 줄 알고 "미수금부터 빨리 내놓으라"며 거칠게 항의하는 소동까지 벌어졌습니다.
A씨는 "상식이 부족한 사람들이 은근히 많다"며 한숨을 내쉬었지만, 이를 본 네티즌들의 반응은 "당연한 상식이다"라는 의견과 "오해할 만한 어려운 단어다"라는 의견으로 팽팽하게 맞섰습니다.
➤ 폐사(弊社) vs 당사(當社) vs 귀사(貴社), 정확한 뜻은?
논란의 중심에 선 '폐사'는 한자로 '해질 폐(弊)'와 '모일 사(社)'를 사용합니다. 직역하면 '해진 옷을 입은 것처럼 보잘것없는 회사'라는 뜻으로, 상대방에게 본인의 회사를 낮추어 부르는 겸양어입니다.
주로 '을'의 위치에 있는 회사가 '갑'의 위치에 있는 회사에게 공문을 보낼 때 격식을 차리기 위해 사용하곤 합니다. 반면 '당사'는 남에게 자기 회사를 이르는 일반적인 말이며, '귀사'는 주로 편지나 공문에서 상대편의 회사를 높여 부르는 말입니다.
문제는 '폐사'라는 단어의 음이 동물이 죽음을 맞이하는 '폐사(斃死)'와 같고, 한자를 모르는 세대에게는 회사가 망해서 없어진다는 의미의 '폐업'과 혼동될 여지가 충분하다는 점입니다.
➤ "상식이다" vs "시대가 변했다" 직장인들의 엇갈린 시선
이 용어를 상식이라고 주장하는 측은 "비즈니스 메일이나 공문에서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 강조합니다. 격식을 갖춰야 하는 문서에서 자신을 낮추는 표현을 쓰는 것은 예의이며, 이를 모르는 것은 업무 역량 부족이라는 시각입니다.
반면 반대 측은 "굳이 그렇게 어려운 한자어를 써야 하느냐"고 반문합니다. 언어의 본질은 정보 전달인데, 거래처에서 회사가 망하는 줄 알고 전화를 할 정도라면 이미 소통의 기능을 상실한 단어라는 지적입니다.
특히 최근에는 수평적인 기업 문화가 확산되면서 '폐사'라는 과한 겸양어보다는 '당사' 혹은 '우리 회사'라는 명확한 표현을 선호하는 추세입니다. 국립국어원에서도 가급적 쉬운 우리말이나 보편적인 용어를 사용할 것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 결론: 소통의 목적은 '격식'보다 '명확함'에 있다
비즈니스 용어는 시대에 따라 변합니다. 과거에는 정중함의 극치로 여겨졌던 표현들이 현재에는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장애물이 되기도 합니다.
'폐사'라는 단어가 비즈니스 관행상 틀린 표현은 아니지만, 거래처의 연령대나 성향을 고려하지 않은 단어 선택은 이번 사연처럼 예상치 못한 리스크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진정한 비즈니스 상식은 어려운 단어를 구사하는 능력이 아니라, 상대방이 오해 없이 한 번에 이해할 수 있도록 '명확하고 쉬운 언어'를 선택하는 유연함에 있지 않을까요? 오해의 소지가 있는 '폐사' 대신, 누구나 다 아는 '당사'를 사용하는 것이 어쩌면 더 세련된 직장인의 자세일지도 모릅니다.
여러분은 '폐사'라는 단어를 공문에서 사용하는 것이 당연한 직장인 상식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아니면 이제는 '당사'나 '저희 회사'로 통일해야 할 구시대적 표현이라고 보시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