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끝장수사(2026) 후기 - 웃기지도 멋있지도 않은 이도저도 아닌 버디물

베테랑을 꿈꿨으나, 이도저도 아닌 장르의 무덤이 되다

솔직히 말하면 초반 10분이 경악스러웠다. '끝장수사'는 배성우와 정가람이라는 조합만으로도 어느 정도 기대를 품게 만드는 영화였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보고도 믿기지 않을 정도의 올드한 감성이 쏟아져 나왔다. 개그 코드가 잘 맞는 분들에게는 소소한 재미를 줄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97분이 3시간처럼 느껴지는 끔찍한 시간이었다.

'베테랑' 같은 영화가 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싶다. 소소하게 웃음도 주고, 진지하게 범인도 잡고. 초반은 가볍게, 중후반부터는 묵직하게 가려는 의도가 보이기는 한다. 문제는 그 전환이 매끄럽지 않고, 허점이 상상 이상으로 많다는 거다. 웃겨야 한다는 강박을 좀 빼던가, 아니면 처음부터 진지하게만 가던가 둘 중 하나만 했어도 이 영화가 가진 참신한 비틀기는 살아남았을 텐데. 그러지 못하면서 집중 자체가 안 되는 영화가 되어버렸다.

영화 끝장수사(2026) 기본 정보

  • 감독: 박철환
  • 장르: 범죄, 액션, 코미디, 버디물, 스릴러, 미스터리
  • 출연: 배성우, 정가람, 이솜, 조한철, 윤경호 외
  • 개봉일: 2026년 4월 2일
  • 상영 시간: 97분

뇌물 수수 누명을 쓰고 좌천 위기에 놓인 베테랑 형사 서재혁(배성우)과, 200억대 유산 상속자 출신의 4차원 신참 형사 김중호(정가람)가 시골 교회 헌금 절도범을 검거하면서 강남 살인사건의 진범을 쫓게 되는 이야기다. 설정만 보면 꽤 그럴싸한 버디 수사물인데, 정작 두 사람이 함께 만들어야 할 케미가 처음부터 끝까지 없다는 게 이 영화의 가장 치명적인 문제였다.

등장인물 — 합이 안 맞는 두 형사와 빛난 조연

서재혁 (배성우)

한때 잘 나가던 광역수사대 에이스였지만 사건을 말아먹고 인생도 꼬인 생계형 베테랑 형사. 배성우라는 배우 자체의 존재감은 분명히 있고, 중반 이후 진지하게 수사에 몰입하는 장면들에서는 그 묵직함이 살아나는 순간들이 있다. 다만 캐릭터가 갑작스럽게 '정의'를 언급하는 후반부 전환이 설득력이 부족해서 감정이입이 잘 안 됐다. 초반의 무능하고 우왕좌왕하던 형사가 갑자기 사명감에 불타오른다는 흐름 자체가 너무 급격했다. 거기다 배우의 실제 사고 이슈를 인식하지 않을 수가 없는 상황이라 몰입이 더 어려웠던 것도 사실이다.

김중호 (정가람)

재벌 2세 출신 인플루언서가 팔로워와의 내기 때문에 경찰이 됐다는 설정 자체는 나쁘지 않다. 문제는 그 설정이 영화 안에서 제대로 활용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정가람 배우가 원래 연기를 이렇게 했나 싶을 정도로 대사를 뱉는 내내 맥아리가 없고 기계적인 느낌이 든다. 캐릭터 톤을 잘못 잡은 건지, 연출 방향이 문제인 건지 모르겠지만 멋있어야 하는 장면마다 "저게 맞아?"라는 의문이 먼저 든다. 화장실 씬 딱 하나만 유일하게 캐릭터가 살았고, 나머지 97분은 아쉬움의 연속이었다.

강미주 (이솜)

똘끼 있는 검사라는 설정으로 등장하지만 큰 활약이 딱히 없다. 재수사 지원을 약속하며 두 형사를 서울로 이끄는 역할인데, 그 이상의 존재감을 보여주는 장면이 거의 없다. 이솜이라는 배우의 매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전형적인 들러리 캐릭터였다.

조동오 (윤경호)

이 영화에서 유일하게 빛난 인물이다. 대부업자이자 강남 살인사건 유력 용의자로 등장하는데, 더럽고 끔찍해서 짜증이 날 정도로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했다. 주인공 두 사람의 케미가 무너지는 와중에도 윤경호가 등장하는 장면마다 화면에 긴장감이 생긴다. 조연 하나가 이렇게 영화의 분위기를 혼자 끌어올릴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케이스였다.

좋았던 점들

참신했던 진범 찾기 구조의 비틀기

이 영화가 완전히 구제불능은 아닌 이유가 여기 있다. 이미 범인이 체포되고 사건이 종결된 상황에서 진짜 범인을 쫓는다는 구조 자체는 꽤 그럴싸하다. 하나의 사건에 두 명의 용의자가 얽히는 방식이나, 퍼즐 조각을 하나씩 맞춰가는 중반부의 전개는 진지하게 다뤘다면 충분히 긴장감 있는 수사물이 될 수 있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비틀기를 시전하는 순간만큼은 "아, 이 각본 아예 허술한 건 아니었구나" 싶은 구석이 있었다.

윤경호의 압도적인 존재감

앞서도 언급했지만 따로 짚고 넘어갈 만하다. 영화 전체를 통틀어 가장 인상적인 장면들은 전부 윤경호가 등장하는 구간이었다. 불쾌하고 교활한 악역을 연기하는 방식이 너무 자연스러워서 오히려 짜증이 날 정도였고, 이 인물이 등장할 때만큼은 영화가 잠깐이나마 수사 스릴러다운 긴장감을 되찾는다. 주연 두 사람이 만들어내지 못한 분위기를 조연 하나가 혼자 끌어올리는 게 안타깝기도 하고 대단하기도 했다.

시골에서 서울로 이어지는 공간 대비

충북 보은에서 서울 강남으로 넘어오는 공간 전환은 이 영화가 가진 나름의 매력 포인트다. 시골 경찰서의 허술한 분위기와 강남 경찰서의 세련된 무게감이 대비되면서 두 형사의 이질감을 공간으로 표현하려는 시도는 읽혔다. 강남 경찰서와의 공조 과정에서 벌어지는 텃세와 충돌도 아이디어 자체는 재미있었다. 실행이 좀 더 단단했다면 버디물의 공간적 재미가 살아났을 장면들이었다.

아쉬웠던 점들

처음부터 끝까지 없는 두 형사의 케미

버디물에서 케미는 전부다. 그런데 이 영화는 두 형사가 처음부터 끝까지 서로 본인 할 것만 한다. 상극에서 오는 케미의 재미가 아니라, 그냥 어울리지 않는 두 사람이 억지로 붙어있는 느낌이랄까. 그나마 둘이 맞짱 뜨는 장면이 케미라면 케미인데, 합을 너무 안 맞춘 느낌이라 그 장면조차 어색하다. 버디물의 생명은 두 사람이 함께할 때 1+1이 3이 되는 순간인데, 이 영화에서 두 사람은 끝내 그 순간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올드하고 낡은 개그 코드

초반의 개그 시퀀스들은 경악스러운 수준이었다. 2026년 영화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낡은 감성의 유머들이 줄줄이 이어진다. 대충 저퀄리티 애니메이션으로 퉁쳐놓은 배성우의 좌천 서사도 그닥 의미 있게 다가오지 않았고, 재벌 2세 설정을 활용한 유머들도 신선하다는 느낌이 전혀 없었다. 코미디 장르를 표방했다면 개그 코드만큼은 지금 시대 관객이 웃을 수 있는 걸 가져왔어야 했다.

갑작스러운 톤 전환과 허술한 후반부

초반의 가벼운 코미디 톤이 중반 이후 갑자기 진지한 수사물로 전환되는데, 그 브리지가 너무 거칠다. 갑자기 '팀'으로 '누명 벗겨주자!' 하는 감성으로 뭉치는 장면부터 초반과 달라도 너무 달라서 별개의 영화를 보는 느낌이 든다. 퍼즐을 맞추는 부분에서 통쾌함이 있어야 하는데 그것도 없고, 보안도 너무 허술하다. 형사들의 무능함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수습하다 보니 진지해지려는 후반부가 오히려 더 힘을 잃는다.

활용 못 한 캐릭터들의 낭비

재벌 2세 인플루언서 형사라는 정가람의 설정, 똘끼 있는 검사라는 이솜의 설정 모두 아이디어 자체는 흥미로운데 영화 안에서 제대로 쓰이질 않는다. 특히 이솜은 있으나 마나한 수준으로 소비되고, 정가람은 캐릭터의 개성이 살아날 타이밍마다 연기 톤이 어긋나면서 설정의 재미를 스스로 반감시킨다. 영화를 보는 내내 고급 슈퍼카 대여 비용이 제작비에서 가장 많이 들었겠다는 생각만 계속 들 정도로, 캐릭터보다 소품이 더 기억에 남는 영화였다.

웃기지도, 멋있지도 않은 97분

'끝장수사'는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았던 영화다. 버디 코미디도 하고 싶고, 진지한 수사물도 하고 싶고, 통쾌한 반전도 넣고 싶었겠지만 그 욕심이 결국 어느 것 하나도 제대로 완성하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웃겨야 한다는 강박을 빼고 진범 찾기 구조에만 집중했다면 꽤 괜찮은 수사물이 됐을 가능성은 분명히 있었다. 그 가능성이 보이기 때문에 오히려 더 아쉽다.

그래서 웃겼는지, 멋있었는지, 이게 뭐냐고 따지고 싶은지 세 가지 감정이 뒤섞인 채로 극장을 나오게 되는 영화. 짧은 러닝타임이 길게 느껴진다는 게 이 영화에 대한 가장 솔직한 평가다.

결론 및 최종 평점

합 안 맞는 버디, 낡은 웃음, 아까운 비틀기. 윤경호만 건졌다.

평점: 1.3 / 5.0

  • 추천하는 분: 배성우·정가람 배우의 팬이라 필모그래피를 빠짐없이 챙기는 분, 가볍게 틀어놓고 큰 기대 없이 볼 수 있는 분
  • 비추천하는 분: 탄탄한 케미의 버디물을 기대하는 분, 올드한 개그 코드가 거슬리는 분, 97분이 아깝게 느껴질 것 같은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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