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한국이 싫어서(2024) 후기 - 공감이 힘든 여정, 비주얼만 담아낸 해외 탈출기

한국이 싫은 게 아니라 가난이 싫었던 주인공의 이야기

넷플릭스에 올라와서 봤다. 저마다의 그릇은 다 다르다지만 너무 배부른 이야기로 보이는 주인공의 여정이었다. 한국이 싫은 게 아니라 본인에게 주어진 적당한 가난이 싫은 주인공의 이야기가 뭔가를 이뤄내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계속해서 남자만 바뀌는 상황을 보여줘서 당황스러웠다. 왕복 6시간 출퇴근으로 2년 먹고 산 사람 입장에서는 솔직히 좀 같잖아 보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무덤덤하게 볼 만했던 이유는 계나에게 계속해서 어떠한 기회가 주어지는 영화적 상황이 많이 제공돼서일까. 잔잔함 속에서 오는 묘한 매력 자체는 있었고 생각보다 시간도 빠르게 흘러갔다. 공감을 하지 못했을 뿐이지 이 캐릭터가 어디까지 가려나 하고 보는 느낌이랄까. 그래도 원작 소설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은 들었으니, 그걸로 영화가 나름 성공적인 걸까.

영화 한국이 싫어서(2024) 기본 정보

  • 감독: 장건재
  • 장르: 사회 고발물, 드라마
  • 출연: 고아성, 주종혁, 김우겸 외
  • 개봉일: 2024년 8월 28일 (대한민국)
  • 상영 시간: 107분
  • 제작비: 4억 원

장강명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독립영화다.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이기도 하다. 20대 후반의 계나(고아성)가 자신의 행복을 찾아 어느 날 갑자기 직장과 가족, 남자친구를 뒤로하고 홀로 뉴질랜드로 떠나는 이야기를 담는다. 원작에서는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나는 설정이었는데, 영화에서는 뉴질랜드로 배경이 바뀌었다.

등장인물 — 주인공의 여정에 공감하기까지 쉽지 않았다

계나 (고아성)

가난 속에서 지원도 없이 홍대를 졸업하고 회사 생활을 하지만 결국 뉴질랜드행을 선택하는 인물이다. 고아성이라는 배우 자체의 존재감은 분명히 있고, 계나라는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소화해냈다. 다만 왜 이 시점에서 이런 선택을 했는지에 대한 축적된 감정이 충분히 전달되지 않아서 공감하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최종적으로 그녀가 선택한 길을 응원하면서도 무엇을 하든 본인의 만족의 그릇을 채우지는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재인 (주종혁)

한국에서 계나가 사귀던 남자친구다. 한국으로 잠시 돌아왔을 때 여전히 기다려준 인물인데, 그 선택을 어떻게 읽어야 할지 영화가 충분히 설명해주지 않는다. 계나가 선택한 것이니 존중하겠지만 뭔가를 보여주지 않고 끝난 느낌이었다.

지명 (김우겸)

뉴질랜드에서 만나게 되는 인물이다. 타국 생활에서 의지가 되는 존재로 등장하지만, 남자와 얽히는 장면들이 반복되면서 이 영화가 결국 남자만 바뀌는 이야기인가 하는 생각이 드는 데 일조했다.

좋았던 점들

잔잔함 속에서 오는 묘한 매력

공감이 안 됐을 뿐이지 영화 자체의 분위기가 주는 잔잔한 매력은 있었다. 생각보다 107분이 빠르게 흘러갔고, 이 캐릭터가 어디까지 가려나 하는 궁금증이 끝까지 화면을 보게 만들었다. 독립영화 특유의 담백한 연출이 영화의 분위기를 지탱해주는 역할을 했다.

뉴질랜드 배경이 주는 시각적 매력

해외 로케이션이 주는 시각적인 아름다움만큼은 부정하기 어렵다. 뉴질랜드의 자연환경이 화면에 담겨 눈은 즐거운 영화였다. 비주얼만 담아낸 이야기라는 아쉬움이 있긴 하지만, 그 비주얼이 꽤 볼만하다는 것도 사실이다.

원작 소설이 읽고 싶어지게 만드는 영화

영화를 보고 나서 원작 소설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작과 다른 부분이 상당히 많다고 하는데, 원작에서 계나의 여정이 어떻게 다르게 펼쳐지는지가 궁금해졌다. 영화가 충분히 만족스럽지 않았는데 원작 소설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면 그것만으로도 나름 성공적인 면이 있는 것 아닐까.

아쉬웠던 점들

공감하기 힘든 탈출 이유

한국이 싫어서 떠나려는 이유 자체가 조금 당황스럽다. 가난 속에서 지원도 없이 홍대를 졸업하고 회사 생활도 하고 있는데 너무 빠른 포기를 선언한 느낌이랄까. 같은 가난 속에서 더 나은 선택을 하는 사람들도 많고, 애초에 맨땅에 헤딩을 생각하기 전에 독립을 먼저 생각해보는 게 맞지 않냐는 생각도 들었다. 영화니까 축적된 무언가를 보여줄 수 없다는 건 이해하지만 그래도 납득이 쉽지 않은 출발이었다.

남자만 바뀌는 전개

해외에서의 새로운 감정이나 성장을 기대했는데 전혀 그런 게 담겨있지 않았다. 계속해서 남자만 바뀌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결국 이 영화가 보여주고 싶은 게 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자와 얽히는 뭔가가 없으면 보여주는 게 없는 느낌이라 생각한 것과 너무 다른 영화였다.

의미 없이 채워진 타국 생활 장면들

뉴질랜드에서 빠르게 적응하고 친구들도 많이 사귀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되게 의미 없는 장면들이었다. 그녀가 적응을 잘해서 잘 지내고 학교를 잘 다녔다는 것만으로 퉁치기에는 타국 생활의 알맹이가 없었달까. 해외에 가면 모든 게 다를 거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시작된 여정 속에서 그게 어떻게 변화하는지가 보이지 않았다.

엉망진창인 후반부

한국으로 갑자기 돌아오게 된 순간부터 엔딩까지 후반부가 좀 많이 엉망진창이었다. 뭐라도 있겠지 하고 조금 더 본 내가 뭘 본 거지 하는 느낌이 드는 마무리였다. 잘 정돈하지 못한 채 시나리오 작업이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소설의 내용을 충분히 영화적으로 소화하지 못한 느낌이 강했다.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는 편집

본인의 결심을 찾아내는 흐름을 가고 있다고는 하지만 공감이 힘드니까 요란한 편집점도 그저 정신 사납게만 느껴졌다. 감정이 쌓이기 전에 장면이 전환되는 경우가 많아서, 영화가 의도한 감정의 무게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

비주얼만 담아낸 해외 탈출기, 그래도 원작은 읽어보고 싶다

'한국이 싫어서'는 공감하기 어려운 여정을 담은 영화다. 비주얼만 담아낸 이야기라는 아쉬움이 크지만, 잔잔함 속에서 오는 묘한 매력과 고아성이라는 배우의 존재감이 107분을 버티게 해줬다. 최종적으로 계나가 선택한 길을 응원하면서도, 뭔가를 보여주지 않고 끝난 느낌이 계속 남는 영화였다. 그래도 원작 소설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으니, 그걸로 이 영화가 제 역할은 한 게 아닐까.

결론 및 최종 평점

공감은 힘들었지만 잔잔하게 볼 만했던, 원작 소설이 더 궁금해지는 영화.

평점: 2.8 / 5.0

  • 추천하는 분: 고아성 배우의 연기를 좋아하는 분, 잔잔한 독립영화 분위기가 좋은 분, 원작 소설에 관심이 있는 분
  • 비추천하는 분: 주인공의 여정에 공감하기 어려운 분, 탄탄한 서사와 명확한 성장 서사를 원하는 분, 후반부의 엉성한 마무리를 견디기 힘든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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