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판타스틱4 실버서퍼의 위협(2007) 후기 - 갤럭투스를 일회용으로 소비한, 물량공세만이 정답이 아님을 증명한 속편

흥행한 속편에 물량공세만이 정답이 아니라는 걸 제대로 증명해줬다

닥터 둠의 복귀, 실버서퍼의 등장, 그리고 갤럭투스까지. 카드만 보면 엄청난 속편인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이 카드들을 하나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1편이 이제 막 능력을 얻고 팀으로 겨우 힘을 맞추는 것에서 끝났는데, 다짜고짜 이들이 히어로로 정착해 스포트라이트를 감당하지 못하는 서사를 받아들여야 한다. 물량공세로 업그레이드된 속편임은 강요했지만 결국 만족도를 충족시켜주지 못한 건, 여전히 아동 오락 느낌이 강해서이기도 한듯하다.

이 영화가 개봉하고 1년 뒤에 아이언맨 1이 나왔으니, 이건 그냥 감독이랑 폭스 문제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 판타스틱4 실버서퍼의 위협(2007) 기본 정보

  • 감독: 팀 스토리
  • 장르: 슈퍼히어로, 어드벤처, 액션
  • 출연: 이안 그루퍼드, 제시카 알바, 크리스 에반스, 마이클 치클리스, 줄리안 맥마흔 외
  • 개봉일: 2007년 8월 8일 (대한민국)
  • 상영 시간: 93분
  • 제작비: 1억 3천만 달러

2005년 판타스틱 포의 후속작이다. 평화를 되찾은 지구에 실버서퍼가 나타나 전 세계에 파괴적인 현상을 일으키고, 닥터 둠까지 복귀하면서 판타스틱4가 다시 맞서는 이야기다. 마블 코믹스의 인기 캐릭터들을 대거 투입했지만 활용 면에서 아쉬움이 많이 남는 작품이다.

등장인물 — 고생한 배우들에게만 박수를, 각본은 산으로 갔다

리드 리차즈 / 미스터 판타스틱 (이안 그루퍼드)

히어로 삶과 개인 삶 사이에서 고민하는 리더 역할인데, 활약을 제대로 보여주지도 않고 '난 지쳐' 하지만 우리는 '하나야' 해버리는 전개라 당황스러웠다. 히어로로서의 고찰을 담으려는 의도가 보이긴 했는데 그 전에 활약부터 보여줬어야 했달까.

수 스톰 / 인비저블 우먼 (제시카 알바)

넷 중에서 가장 매력 있는 캐스팅이자 캐릭터임을 부정할 수 없는데, 문제는 그 매력을 캐릭터 연기로 보여주기보다 얼굴 마담으로 소비하려는 의도가 넘쳐흘렀다. 제시카 알바 본인이 어딘가에서 감독이 연기를 하려고 하면 이쁜 얼굴 크게 뜨고 가만히 있으라는 요구만 했다고 밝힌 일화가 있는데, 보다 보면 괜히 그 장면들이 유독 클로즈업이 많이 되는 기분이 들더라. 엔딩에서 크게 다쳐 죽는 나름 충격적인 장면이 나오지만 보란듯이 뻔하게 원상복구 시켜버리는 것도 이 영화의 전형적인 안전빵 선택이다.

쟈니 스톰 / 휴먼 토치 (크리스 에반스)

한없이 가볍다. 히어로들의 고찰을 담으려는 영화인데 크리스 에반스 캐릭터가 너무 가벼워서 모든 게 물거품이 되는 느낌이었다. 나중에 캡틴 아메리카를 맡은 배우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이 영화에서는 그냥 개그 담당이다.

닥터 둠 (줄리안 맥마흔)

날로 먹으며 복귀를 시전한 닥터 둠의 너프가 이 영화의 가장 당황스러운 지점 중 하나다. 1편에서 나름의 존재감을 보여줬던 빌런이 이번엔 그냥 편의상 끼워 넣은 느낌이랄까. 실버서퍼의 힘을 탐내는 설정 하나로 복귀를 정당화하려는데 전혀 납득이 안 됐다.

실버서퍼 (로렌스 피시번 목소리 / 더그 존스 수트 액팅)

이 영화에서 유일하게 잘 뽑혔다고 생각하는 캐릭터다. 후반부를 제외하고 등장했을 때 압도적인 힘을 보여주는 장면들이나, 4명이 서로 다른 능력을 구사하는데도 이기지 못하는 상황에서 능력까지 바뀌는 설정은 흥미로웠다. 근데 후반부에서 갑작스러운 사랑과 양심고백으로 마무리되는 게 너무 어이없었다.

좋았던 점들

실버서퍼의 존재감과 초반 위협감

후반부를 제외하면 실버서퍼가 등장하는 장면들은 꽤 볼만했다. 이집트에 폭설이 내리고 런던 템즈강 한가운데가 뚫리는 등 지구 곳곳에 파괴적인 현상을 일으키는 설정이 초반에는 나름 긴장감을 줬다. 그리 흔치 않던 히어로 영화 시절에 4명이나 서로 다른 능력을 구사하는데도 상대가 안 되는 존재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캐릭터 자체의 설계는 잘됐다.

능력이 뒤바뀌는 설정과 합동 공격의 재미

판타스틱4 멤버들의 능력이 서로 뒤바뀌는 설정은 나름 흥미로운 아이디어였다. 평소와 다른 능력을 쓰는 캐릭터들을 보는 재미도 있었고, 합동 공격을 시전하는 장면들에서는 잠깐이나마 이게 이 영화가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구나 싶었다. 아이디어는 좋았는데 얼렁뚱땅 황급한 연출로 흥미가 사라져버린 게 아쉬웠다.

93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

이 영화에서 그나마 다행인 부분이다. 각본이 산으로 가는 영화를 1시간 33분에 끝내준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길었다면 훨씬 혹독한 감상이 됐을 것 같다.

아쉬웠던 점들

갤럭투스를 일회용으로 소비해버린 최악의 선택

이 영화가 가장 크게 실수한 부분이다. 마블 코믹스에서 갤럭투스가 얼마나 거대한 존재인지를 아는 팬이라면 이 영화에서의 활용 방식에 기가 막혔을 거다. 나타나서 있다가 사라지는 수준의 일회용 소비. 이 캐릭터를 이렇게 쓸 거면 굳이 넣었어야 했나 하는 생각이 드는 선택이었다.

날로 먹은 닥터 둠의 복귀와 너프

1편에서 나름의 존재감을 보여줬던 빌런이 이번엔 편의상 끼워넣은 느낌이다. 실버서퍼의 힘을 탐내는 설정 하나로 복귀를 정당화하려는데 전혀 납득이 안 됐고, 빌런으로서의 무게감도 1편보다 훨씬 줄어버렸다. 닥터 둠이라는 캐릭터가 가진 가능성을 이 영화에서도 제대로 살려내지 못했다.

갑작스러운 실버서퍼의 양심고백과 허무한 마무리

후반부 실버서퍼의 사랑과 양심고백이 너무 갑작스럽다. 초반에 그렇게 압도적인 위협감을 보여줬던 캐릭터가 갑자기 마음을 돌리는 과정이 충분히 설득되지 않았다. 얼렁뚱땅 황급한 연출로 끝을 내버려서 노력했네 하는 생각이 들기도 전에 흥미가 사라져버렸다.

충격적일 정도로 제작비를 아낀 공중 액션

전투기를 탑승하고 나서부터 보여지는 공중 액션이 진짜 충격적일 정도로 제작비를 아꼈다. 1억 3천만 달러짜리 영화의 액션이라고 하기에 민망한 수준이었다. 이 영화가 개봉하고 1년 뒤에 아이언맨 1이 나왔으니, 이건 그냥 감독이랑 폭스 문제 같다.

시민은 고맙다, 군인은 작전 망쳤다며 질타하는 납득 안 되는 전개

스케일이 큰 단합 장면들이 나오기는 하는데, 시민들은 구해줘서 고맙다 그러고 군인들은 작전 망쳤다며 질타하는 상황이 납득이 안 됐다. 히어로들을 대접하지 않는 답답한 군인 설정이 영화 내내 몰입을 방해했다. 이들이 히어로로서 정착한 세계라면서 왜 이런 취급을 받는 건지에 대한 납득 가능한 설명이 없었다.

고생한 배우들에게만 박수를, 추억으로 간직하는 수밖에

'판타스틱4 실버서퍼의 위협'은 가진 카드는 많았는데 하나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영화다. 갤럭투스는 일회용으로 소비됐고, 닥터 둠은 너프됐으며, 실버서퍼는 갑작스러운 양심고백으로 마무리됐다. 각본이 산으로 가는 와중에 고생한 배우들에게만 박수를 남기며, 어찌했던 이 영화도 추억으로 잘 간직하고 있기를 바래봐야지.

결론 및 최종 평점

물량공세의 실패, 갤럭투스 낭비, 공중 액션 충격. 그래도 실버서퍼는 잘 뽑혔다.

평점: 2.3 / 5.0

  • 추천하는 분: 판타스틱4 시리즈를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는 분, 크리스 에반스의 초기 마블 영화가 궁금한 분, 실버서퍼라는 캐릭터가 궁금한 분
  • 비추천하는 분: 갤럭투스와 닥터 둠의 제대로 된 활약을 기대하는 분, 탄탄한 히어로 영화 각본을 원하는 분, 2000년대 초반 히어로 영화의 허술함을 견디기 힘든 분
다음 이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