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그린랜드(2020) 후기 - 재난보다 사람이 더 무서운, 답답하지만 무난하게 볼만한 가족 탈출기

영화 그린랜드(2020) 후기

재난 영화인데 재난보다 사람이 더 무섭더라

쿠팡플레이를 통해 시청했다. 생각보다 시각적인 재난은 그렇게 많이 보여지지 않는다. 운석이 떨어진다는 설정인데 일부 장면들은 재난 상황이 아니라 그냥 전쟁이나 폭탄 떨어지는 듯한 효과음이라 그 부분에서 오는 재미는 없는 편이다. 대신 선정된 소수의 인원들만 대피할 수 있는 상황에서 벌어지는 사람들 간의 이야기를 보는 재미가 있다. 재난의 재미가 아닌, 이런 상황에서 살고자 하는 생존 본능인지 아니면 이기적인 욕심인지를 꽤 직설적으로 잘 보여주는 영화랄까.

생각했던 것과는 달랐다. 오락적인 요소보다는 휴먼적인 서사가 더 강한 영화다. 그저 그린랜드라는 생존 가능성이 높은 곳으로 향하는 여정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에 재미만 느낀다면 무난하게 볼 만한 영화였다.

영화 그린랜드(2020) 기본 정보

  • 감독: 릭 로먼 워
  • 장르: 재난, 액션, 스릴러, 드라마
  • 출연: 제라드 버틀러, 모레나 바카린, 스콧 글렌 외
  • 개봉일: 2020년 9월 29일 (대한민국)
  • 상영 시간: 119분
  • 제작비: 3,500만 달러

혜성의 지구 충돌 속보를 지켜보던 존(제라드 버틀러)과 가족들. 예측과 달리 운석이 대도시로 추락하면서 세계는 혼돈에 빠지고, 존의 가족은 지구의 유일한 안전 대피소인 그린란드의 벙커로 향하는 이야기다. 이후 속편 그린랜드 2로 이어지는 작품이기도 하다.

등장인물 — 가족을 지키려는 아버지와 여러 모습의 사람들

존 (제라드 버틀러)

별거인지 이혼을 진행 중인지 싶은 부부 관계에 당뇨가 있는 아들까지. 냉랭한 관계에서 시작해서 재난 속에서 가족을 지키려는 아버지의 모습으로 변해가는 서사가 미국 재난 영화 특유의 감성이긴 한데 이질감 없이 나쁘지 않게 소화됐다. 이웃들을 뿌리치며 냉정하게 가족을 선택하는 장면부터, 마지막에 이기적이게 구는 행동까지 일관성 있는 인물이었다.

알리슨 (모레나 바카린)

존과 별개로 가족이 뿔뿔이 흩어진 상황에서 아들 네이선을 지키며 이동하는 이야기가 병렬로 진행된다. 두 사람이 흩어졌다가 다시 뭉치는 설정이 지나치게 우연적이긴 한데, 이 영화를 너무 깊게 생각하지 않으면 넘어갈 수 있는 수준이다.

주변 인물들

피난 대상자 팔찌를 노리고 가족을 납치하는 인물, 착한 탈을 쓰다 돌변하는 사람들, 사람들을 위해 희생하는 의료진과 군인들, 이성을 잃은 상황에서도 아이는 건들지 않는 모습 등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이 짧은 시간 안에 잘 담겼다. 이 부분이 이 영화의 가장 흥미로운 요소였다.

좋았던 점들

재난 상황에서 드러나는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

재난 영화인데 재난보다 사람이 더 무서운 장면들이 연속으로 나온다. 팔찌를 빼앗으려는 사람들, 아이를 납치하는 부부, 폭주하는 군중, 반대로 희생하는 군인들과 의료진까지. 이런 재난 상황에서 벌어지는 사람들 간의 이야기가 시각적인 재난 연출보다 훨씬 더 재미를 주는 영화다. 조금 더 극대화했다면 더 좋았겠지만, 담백하게 보여준 것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로웠다.

고구마지만 현실적인 생존 본능 묘사

꽤 고구마인 영화다. 근데 더 하면 더 했지 영화는 좀 순하게 표현된 거라 생각해서 그나마 덜 짜증을 내면서 봤다. 살고자 하는 생존 본능인지 이기적인 욕심인지를 직설적으로 보여주는 방식이 현실적이었고, 당하기만 했던 것 같은 주인공 가족이 마지막에 가서 똑같이 이기적으로 구는 장면도 일관성이 있었다.

재난 속 부부 화합 서사의 이질감 없는 소화

냉랭했던 부부가 재난 속에서 다시 뭉치는 서사가 미국 재난 영화 특유의 공식이긴 한데, 이질감 없이 소화됐다. 특히 아들이 당뇨가 있는 설정이 영화 내내 긴장감을 유지하는 장치로 잘 활용됐고, 아이가 쓸데없는 고구마 장면을 만드는 경우 없이 아이다운 행동 안에서 서사가 전개된 것도 좋았다.

오락보다 사람에 집중한 담백한 연출

상황 자체는 매우 심각한데 그렇게 심각하게 연출하지 않고 최대한 담백하게 덜어낸 재난 영화를 원하는 분들에게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시각적 재난 비주얼로 승부보는 영화가 아니라는 걸 알고 보면 오히려 이 영화가 가진 휴먼 서사의 재미가 더 잘 느껴진다.

아쉬웠던 점들

저예산 느낌이 강한 재난 비주얼

하늘이 주황빛으로 변하는 현상이나 운석 낙하 장면들이 꽤 저예산 느낌이 강하다. 효과도 그렇게 좋지 않고, 재난 상황인데 전쟁이나 폭탄 떨어지는 듯한 효과음이 나와서 재난 영화로서의 몰입을 방해하는 순간들이 있다. 시각적인 재난 스펙터클을 기대하고 봤다면 실망할 수 있는 부분이다.

후반부의 개연성 파괴

후반부로 가면서 전형적인 미국식 감동 서사를 선보이면서 개연성이 좀 많이 파괴되는 느낌이 든다. 전 세계적으로 붕괴가 온 상황에서 잘 터지지 않던 전화가 갑자기 된다거나, 그 난리통에 TV 송출은 되고 있다거나. 지구 멸망이 코앞이라 생각하면 납득이 되는 편이긴 한데 후반부로 갈수록 조금 놓아버린 듯한 느낌은 분명히 있었다.

고구마가 쌓이는 답답한 전개

답답한 걸 잘 참아야 하는 영화다. 선정된 소수만 대피할 수 있는 상황에서 벌어지는 이기적인 사람들의 행동들이 보는 내내 짜증을 유발한다. 물론 이게 의도된 연출이기도 하고 현실적이기도 한데, 고구마를 못 참는 분이라면 꽤 힘든 119분이 될 수 있다.

너무 우연에 의존하는 가족 재결합 서사

뿔뿔이 흩어진 가족이 그 먼 거리에서 다시 뭉치는 과정이 우연의 연속이다. 지나치게 깊게 생각할 필요 없는 영화인 건 맞지만, 우연이 겹치고 겹치는 과정에서 몰입이 살짝 떨어지는 구간들이 있었다. 재난 속에서 가족 재결합이라는 공식이 너무 노골적으로 느껴지는 부분이랄까.

답답하지만 기본기는 있는 재난 가족 탈출기

'그린랜드'는 시각적인 재난 스펙터클보다는 재난 상황 속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백하게 담아낸 영화다. 고구마가 쌓이는 전개와 저예산 재난 비주얼이 아쉽지만, 재난 상황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다양한 모습과 가족을 지키려는 서사만큼은 기본기가 있었다. 화려한 재난 영화를 원하는 분보다는 재난 속 사람들의 이야기를 가볍게 보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영화다.

결론 및 최종 평점

재난보다 사람이 더 무서운, 고구마지만 무난하게 볼만한 가족 탈출 서사.

평점: 3.3 / 5.0

  • 추천하는 분: 시각적 재난보다 사람 이야기가 중심인 휴먼 재난 영화를 찾는 분, 제라드 버틀러의 가족 서사물이 좋은 분, 담백하고 가볍게 볼 재난 영화를 원하는 분
  • 비추천하는 분: 압도적인 재난 비주얼과 스펙터클을 기대하는 분, 고구마 전개를 못 참는 분, 탄탄한 개연성을 중요시하는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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