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보다는 똘망똘망한 눈으로 봤다, 근데 줏대 없는 기록인 건 맞다
1편을 실망스럽게 봤기에 기대치가 낮았다. 그래서 조금은 더 좋게 봤다는 느낌이 드는 것 같기도 하다. 솔직히 줏대 없는 나만의 기록으로 느껴질 수도 있지만, 그래도 초중반에 생각보다 몰입을 했고 몇몇 미래의 라이온 킹을 상징하는 장면에서 심장이 두근거리기도 했으니 알차게 본 건 맞지 않나 싶다.
기존 1편 자체가 실사가 주는 경이로움의 극대화 하나로 밀고 갔는데 평 자체는 좋지 않았다. 속편도 비슷하게 가지 않을까 했는데 놀랍게도 스핀오프를 택했고, 무엇보다 배리 젠킨스 감독이라 조금 더 기대를 했다. CG 기술로만 만들어지는 영화라 그런 요소들이 장점으로 보여지기 어려운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확실히 시간이 흘러서 그런지 더 진화한 CG 기술력이 눈은 사로잡는다.
영화 무파사 라이온 킹(2024) 기본 정보
- 감독: 배리 젠킨스
- 장르: 뮤지컬, 드라마, 가족, 어드벤처
- 출연: 애런 피에르, 켈빈 해리슨 주니어, 세스 로건, 빌리 아이크너, 매즈 미켈슨 외
- 개봉일: 2024년 12월 18일 (대한민국)
- 상영 시간: 118분
- 제작비: 2억 달러
1994년 라이온 킹을 원작으로 한 2019년 실사 영화의 프리퀄 작품이다. 외로운 고아에서 전설적인 왕이 된 무파사의 숨겨진 이야기와, 빌런 스카가 어떻게 탄생했는지를 다룬다. 라피키가 키아라와 티몬, 품바에게 무파사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액자식 구성으로 진행된다.
등장인물 — 무파사와 타카, 그리고 이야기의 중심을 잡아준 라피키
무파사 (애런 피에르)
떠돌이 출신의 새끼 사자에서 왕이 되는 여정을 그린 인물이다. 초중반의 무파사 이야기는 생각보다 몰입이 됐다. 부모와 생이별하고 타카 무리에 합류해 인정받아가는 과정이 나름 흥미롭게 전개되고, 낯선 이야기를 보는 재미가 있었다. 다만 후반부로 갈수록 이야기가 너무 평범해지면서 초중반의 몰입감이 이어지지 못한 게 아쉬웠다.
타카 / 스카 (켈빈 해리슨 주니어)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뤄져야 할 인물이다. 타카가 스카가 되는 과정이 이 영화의 핵심인데, 그 이유가 좀 어처구니없는 수준이었다. 사라비를 사이에 두고 무파사에게 배신감을 느끼는 것까지는 이해가 가는데, 거기서 키로스에게 무파사를 팔아넘기겠다고 결심하는 전환이 너무 급격하고 납득이 안 됐다.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서사가 가장 아쉽게 처리됐다.
라피키 (카기소 레디가)
어느 순간부터 나조차 홀리게 할 정도로 중심을 너무 잘 잡아줬다. 품바·티몬과 함께 이야기 사이사이에 쉬는 타임을 주는 역할인데, 이 인물이 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흐름이 정리되는 느낌이 들었다. 특유의 개성이 CG 영화 특유의 건조함 속에서 생기를 불어넣어 주는 캐릭터였다.
키로스 (매즈 미켈슨)
백사자 무리를 이끄는 빌런이다. 매즈 미켈슨의 목소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이 다르다. 강한 자가 지배해야 한다는 신념으로 무파사 일행을 집요하게 쫓는 인물인데, 이 영화에서 빌런으로서의 위협감만큼은 제대로 살렸다.
품바 & 티몬 (세스 로건 & 빌리 아이크너)
키아라에게 무파사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액자 구성에서 중간중간 쉬는 타임을 주는 역할이다. 개인적으로는 그냥 품바와 티몬을 좋아하는 분들을 위한 팬서비스로만 느껴져서 흐름을 살짝 깬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다 보면 귀여운 맛에 보게 되는 것도 사실이지만.
좋았던 점들
1편보다 확실히 진화한 CG 기술력
시간이 흘러서 그런지 동물들의 CG가 1편보다 생동감 있어졌다. 가끔은 만져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털의 질감이나 표정 표현이 좋아졌고, 그게 이번엔 조금은 먹혔다. CG 기술로만 만들어지는 영화가 장점으로 보이기 어려운 구조인 건 맞는데, 적어도 눈은 즐거웠다는 점에서 1편보다 나아진 건 분명하다.
초중반의 몰입감 있는 무파사의 성장 서사
내가 모르는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어서 그런지 초중반에 생각보다 몰입을 했다. 떠돌이 새끼 사자가 타카 무리에 합류해 인정받아가는 과정, 타카와의 우정이 쌓이는 장면들이 나름 흥미롭게 전개됐다. 미래의 라이온 킹을 상징하는 장면들에서 심장이 두근거리기도 했으니, 초중반만큼은 알차게 본 것 같다.
1편의 안전빵 실사 재현에서 벗어난 스핀오프 선택
1편이 원작 애니메이션의 실사 재현에만 집중했다면, 이번엔 우리가 몰랐던 무파사의 과거 이야기라는 방향을 택했다. 이 선택 자체가 1편보다 더 재미있게 볼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였던 것 같다. 이미 다 아는 이야기를 다시 보는 게 아니라 새로운 이야기를 본다는 느낌이 들어서 몰입하기가 훨씬 수월했다.
아쉬웠던 점들
귀를 사로잡는 OST가 단 한 곡도 없었다
디즈니 실사 영화의 장점은 한 곡 이상은 건져내는 음악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번엔 모든 노래가 다 비슷하게 느껴지고 신나지도 않았다. 솔직히 노래를 잘 부르는 것처럼 느껴지지도 않아서 이 부분이 많이 실망스러웠다. 뮤지컬 장르를 표방하는 영화에서 기억에 남는 넘버가 없다는 건 꽤 치명적인 단점이다.
타카가 스카가 되는 과정이 어처구니없었다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뤄져야 할 서사인데, 이 부분이 가장 아쉬웠다. 사라비를 둘러싼 감정까지는 이해가 가는데, 거기서 바로 키로스에게 무파사를 팔아넘기겠다는 결심으로 이어지는 전환이 너무 급격하고 납득이 안 됐다. 이 부분에 대한 분량도 너무 적게 측정된 느낌이었고, 결과적으로 이야기 자체의 업그레이드는 없다고 보인다.
후반부로 갈수록 너무 평범해지는 전개
초중반에 비해 후반부가 급격히 평범해진다. 밀레레에서 키로스와의 최종 대결이 벌어지는 과정이 너무 얼렁뚱땅이라 흥미롭지 않았다. 모험이 중점이 된 거나 다름없어서 정작 중요한 이야기의 본론 부분이 너무 짧게 처리됐다는 느낌이 들었다.
디즈니답게 또 안전한 길만 택했다
스카의 탄생을 다루는 영화인데 자극적이지 않게 너무 안전한 방향으로만 연출했다. 빌런이 탄생하는 이야기라면 조금 더 어둡고 날카롭게 파고들 수 있었는데, 디즈니 특유의 안전빵 연출이 이번에도 이야기의 날을 무디게 만들었다.
품바·티몬의 현재 시점이 흐름을 끊는다
액자식 구성에서 품바와 티몬, 키아라가 등장하는 현재 시점 장면들이 중간중간 흐름을 끊는 느낌이었다. 팬서비스로는 이해하지만 무파사의 이야기에 막 몰입하려는 순간에 다시 현재 시점으로 돌아오면 긴장감이 뚝 끊긴다. 이 구성이 더 자연스럽게 연결됐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동물 친구들과 잘 놀다온 것 같은, 그걸로 만족해야겠다
'무파사 라이온 킹'은 아주 무난한 실사 속편이다. 기억에 남는 OST도 없고, 스카 탄생 서사도 납득이 잘 안 됐지만 1편보다는 확실히 더 똘망똘망한 눈으로 봤다. 낮은 기대치 덕인지 실망스럽지 않았고, 진화한 CG와 초중반의 무파사 성장 서사만큼은 나름 즐겁게 봤다. 몇 나오진 않았지만 동물 친구들과 잘 놀다온 것 같으니 그걸로 만족함을 이끌어내는 영화랄까.
결론 및 최종 평점
OST는 실망, CG는 합격, 스카 탄생은 어처구니없음. 그래도 1편보다는 나았다.
평점: 3.2 / 5.0
- 추천하는 분: 1편을 실망스럽게 봤지만 그래도 라이온 킹 세계관이 궁금한 분, 진화한 동물 CG를 큰 화면으로 즐기고 싶은 분, 무파사와 스카의 과거 이야기가 궁금한 분
- 비추천하는 분: 기억에 남는 디즈니 OST를 기대하는 분, 스카 탄생 서사를 깊고 어둡게 다뤄주길 원하는 분, 1편도 별로였던 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