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뜬 마음으로 시작해서 점점 식어가는 마음으로 본 속편
1편을 워낙 재밌게 봤기에 기대를 잔뜩 안고 봤다. 시작은 분명히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보면 볼수록 마음이 점점 식어가더라. '내가 기대했던 건 이게 아닌데' 하면서 보다가, 결국 나이젤의 한마디에 울컥한 걸 보면 그럼에도 이 영화를 사랑하면서 본 것 같긴 하다. 기대치가 너무 높았던 것도 있겠지만, 성에 안 차는 속편인 건 맞다.
20년이라는 시간이 지나서 나온 속편이다. 업계도,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도 빠르게 변했고, 영화도 그 점을 언급하면서 납득을 시키려 한다. 그런데 확실한 건 1편의 맛은 완전히 사라졌다. 시대를 반영해서 꽤 순한 맛을 보여주는데, 그게 아쉬움의 가장 큰 덩어리였다. 1편처럼 성장물을 딱히 기대한 건 아니었는데, 그 맛이 완전히 증발해버렸을 줄은 몰랐달까.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2(2026) 기본 정보
- 감독: 데이비드 프랭클
- 장르: 코미디, 드라마
- 출연: 메릴 스트립, 앤 해서웨이, 에밀리 블런트, 스탠리 투치, 케네스 브래너, 저스틴 서로 외
- 개봉일: 2026년 4월 29일 (대한민국)
- 상영 시간: 119분
- 제작비: 1억 달러
전 세계 트렌드를 주도해 온 전설적인 패션 매거진 '런웨이'가 급변하는 미디어 시장 속에서 위기에 직면한다. 런웨이를 지켜내려는 편집장 미란다(메릴 스트립)와 20년 만에 신임 기획 에디터로 돌아온 앤디(앤 해서웨이), 이제는 럭셔리 브랜드 임원이 된 에밀리(에밀리 블런트)까지. 더 화려하고 치열해진 뉴욕 패션계에서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한 이들의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등장인물 — 각자 변해버린 캐릭터들, 그 온도 차
미란다 (메릴 스트립)
순한 양이 되어버렸다. 1편에서 그 냉혹하고 압도적이던 미란다가 이번엔 몰락과 그녀답지 않은 행동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기억 속 미란다의 아우라가 많이 희석됐다. 메릴 스트립이 나오는 장면마다 여전히 존재감은 압도적이지만, 캐릭터 자체가 주는 긴장감은 1편과 비교하면 확연히 줄었다. 미란다의 변화를 시대의 흐름으로 읽어야 하는 건지, 아니면 그냥 아쉬운 캐릭터 설계인 건지 보는 내내 고민하게 만드는 인물이었다.
앤디 (앤 해서웨이)
노련해졌다. 20년의 시간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앤디의 모습은 나쁘지 않았다. 1편에서의 풋풋함은 없지만, 그 자리를 채운 안정감이 있었고 미란다와의 관계에서 달라진 역학 구도를 보여주는 장면들은 흥미로웠다. 에밀리와의 티키타카를 계속 이어가려 한 것도 그나마 다행이었다고 해야 하나.
에밀리 (에밀리 블런트)
당황스러울 정도로 빌런이 되어버렸다. 에밀리 블런트라는 배우가 워낙 좋은데, 이 캐릭터의 방향이 좀 뜬금없이 느껴져서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다. 앤디와의 티키타카 구도는 유지되지만, 빌런화된 에밀리를 납득하기까지 시간이 꽤 걸렸다. 에밀리 블런트 팬이라면 더 아쉬울 수 있는 지점이다.
나이젤 (스탠리 투치)
이 영화의 진정한 주인공이라 불러도 과언이 아니다. 다들 따로 노는 것 같은 분위기에서 나이젤의 한마디가 울컥하게 만들었다. 별점 고민을 하다가도 이 장면 하나 때문에 결국 잘 봤다고 정리하게 만든 캐릭터. 스탠리 투치가 이 역할을 얼마나 오래 품어왔는지가 느껴지는 연기였다.
좋았던 점들
나이젤의 한마디가 만들어낸 울컥함
별점 고민을 하면서 보다가 결국 이 순간 하나에 정리가 됐다. 다 따로 노는 것 같고, 기대했던 그림과 많이 다르고, 점점 식어가는 마음으로 보다가도 나이젤의 한마디에 울컥한 건 부정할 수가 없다. 이 영화가 결국 뭘 말하고 싶었는지가 이 한 장면에 다 담겨 있었던 것 같다. 스탠리 투치라는 배우 덕분에 이 영화를 사랑할 수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각 캐릭터들이 남기는 나름의 아우라
캐릭터들의 매력이 1편에 비해 줄었다고는 해도, 그 자리를 채운 또 다른 아우라가 남긴 건 사실이다. 20년이라는 세월이 쌓인 각 캐릭터들의 짬밥이 군데군데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었고, 다 따로 노는 것 같으면서도 결국 사랑할 만한 포인트를 남기는 고군분투가 있었다. 완벽하지 않아도 이 캐릭터들이 여전히 좋다는 걸 확인하게 되는 영화였다.
런웨이와 패션을 향한 진심
런웨이라는 회사를 살리고자 하는 이야기, 그리고 패션을 향한 진심만큼은 화면 곳곳에서 느껴졌다. 해결 방식이나 전개에 아쉬움이 있어도 이 영화가 패션과 런웨이를 얼마나 사랑하는지는 부정하기 어려웠다. 유행은 돌고 돌아 과거 패션이 다시 유행하는 것처럼, 1편이 더 화려해 보이는 건 어쩔 수 없지만 그 안에 담긴 진심은 여전히 살아있었다.
아쉬웠던 점들
완전히 사라진 1편의 맛
1편의 냉혹하고 긴장감 넘치던 분위기가 이번엔 거의 없다. 시대의 변화를 반영한 거라고는 하지만, 그 변화가 영화를 너무 순한 맛으로 만들어버렸다. 1편에서 개연성이 다소 부족해도 그 긴장감과 애타는 마음이 살아있었다면, 이번엔 그런 게 많이 느껴지지 않았다. 1편의 맛을 기대할 수밖에 없지만 1편의 맛을 기대하면 안 되는 영화라는 게 이 속편의 가장 큰 딜레마다.
너무 술술 풀리는 전개와 부족한 긴장감
위험을 극복하는 이야기가 너무 안정적으로 흘러간다. 찰나에 지나가는 캐릭터들을 어떻게 활용할지가 눈에 뻔히 보여서 끝내 흥미로운 이야기가 되지 못했다. 20년이라는 세월의 각 캐릭터들의 짬밥을 다 다룰 수 없다 보니 빠르게 서사를 진행한 탓도 있겠지만, 그 빠름이 긴장감이 아닌 허술함으로 느껴진 게 아쉬웠다.
루시 리우 캐릭터 활용의 빈약함
해결 과정에서 루시 리우 배우와의 연계가 너무 빈약했다. 캐스팅 자체는 기대를 품게 만드는 선택이었는데, 실제 영화 안에서 그 기대만큼 활용되지 못한 느낌이 강했다. 좋은 배우를 데려다 놓고 충분히 쓰지 못한 케이스랄까.
뜬금없는 에밀리의 빌런화
에밀리 블런트가 빌런이 되어버린 설정이 끝내 납득되지 않았다. 앤디와의 티키타카를 이어가면서도 빌런 역할을 맡기다 보니 캐릭터가 어디로 가는 건지 방향이 흐릿하게 느껴졌다. 에밀리 블런트라는 배우의 매력을 이런 방식으로 쓴 게 아쉽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화려함은 줄고 돈 자랑만 늘어난 패션
1편에 비해 패션이 덜 화려하다. 요즘 패션 유행 자체가 일반 시선에서 그리 화려해 보이지 않는 방향이기도 하고, 시대를 반영한 결과겠지만 결과적으로 화면이 주는 시각적 즐거움이 줄었다. 제작비 1억 달러가 들어간 영화인데, 그 돈이 어디 쓰인 건지 화려함보다는 다른 곳에 쓰인 느낌이랄까.
2006년에 머무른 내 시선을 정리하면서, 그래도 잘 봤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2'는 1편을 기대하면 실망하고, 1편을 잊으면 그나마 볼 만한 영화다. 화려함은 다운되고 인간미는 올라간, 좀 평범해진 속편이지만 나이젤 덕분에 결국 잘 봤다고 정리할 수 있었다. 2006년에 머무른 내 시선을 정리하면서 조금 후하게 봐줄 수 있는 영화이기도 하다. 더 진지하고 험난하게 다뤘다면 20년이 지난 현재의 시점에서 다시 한번 성장하는 느낌을 줄 수 있었을 텐데, 그 아쉬움은 끝내 남는다.
결론 및 최종 평점
1편의 맛은 사라졌지만, 나이젤의 한마디 하나로 결국 잘 봤다고 정리되는 영화.
평점: 3.3 / 5.0
- 추천하는 분: 1편을 사랑했고 캐릭터들의 20년 후 모습이 궁금한 분, 스탠리 투치와 메릴 스트립의 존재감만으로도 충분한 분,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오피스 드라마를 찾는 분
- 비추천하는 분: 1편의 냉혹하고 긴장감 넘치는 분위기를 기대하는 분, 탄탄한 개연성과 치열한 전개를 원하는 분, 에밀리 블런트의 빌런화 설정이 납득되지 않을 것 같은 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