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을 기대하고 갔다가, 전혀 다른 영화를 만났다
베테랑2를 보기 전에 마음속에 그려둔 그림이 있었다. 서도철 특유의 능글맞음, 팀원들 사이에서 터지는 웃음, 그리고 그 투박하면서도 정 가는 형사물의 느낌. 9년이 지났어도 그 감각은 살아있겠지 하는 기대였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전혀 다른 영화였다. 웃음 타율은 사실상 거의 없고, 팀 케미 특유의 친밀감도 많이 사라졌다. 어두움만 남았다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톤 자체가 달라졌다. 1편의 투박한 재미를 기대하고 갔다면 분명히 당황할 수 있는 영화다. 다만 그 어두움 안에서 이 영화가 던지는 질문, '사적 정의와 진짜 정의,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정의는 어디쯤인가'는 보는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영화 베테랑2(2024) 기본 정보
- 감독: 류승완
- 장르: 범죄, 액션, 스릴러, 사회고발, 형사
- 출연: 황정민, 정해인, 오달수, 장윤주, 안보현, 허준호 외
- 개봉일: 2024년 9월 13일 (대한민국)
- 상영 시간: 118분
- 제작비: 약 130억 원
베테랑 형사 서도철(황정민)과 강력범죄수사대는 한 교수의 죽음이 이전 살인 사건들과 연결된다는 사실을 파악하면서 수사를 시작한다. 연쇄살인범은 다음 살인 대상을 예고하는 영상을 인터넷에 공개하며 전국을 뒤흔들고, 수사대는 서도철의 눈에 든 정의감 넘치는 막내 형사 박선우(정해인)를 투입한다. 사건은 새로운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한다.
등장인물 — 투톱 체제로 재편된 수사대
서도철 (황정민)
9년이 지났어도 서도철은 서도철이다. 가족도 못 챙기고 밤낮없이 범죄와 싸우는 베테랑 형사의 무게감이 황정민이라는 배우를 통해 여전히 살아있다. 다만 이번엔 1편의 능글맞음보다 중심을 잡아가는 역할에 더 집중되어 있다. 수사 과정에서 정의라는 개념을 붙들고 끝까지 버티는 인물로, 그 태도 자체가 이 영화의 중심축이다.
박선우 (정해인)
이 영화에서 가장 강하게 남는 인물이다. 정해인이 가진 소년미에서 쏟아져 나오는 눈빛은 보는 내내 강렬하다. 홍보가 황정민·정해인 투톱 주연으로만 진행된 이유가 있었다. 이 영화에서 정해인의 활약은 상당한 수준이고, 그가 보여주는 눈빛은 앞으로도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수사팀 (오달수, 장윤주, 오대환, 김시후 외)
1편에서 팀 케미가 이 시리즈의 큰 즐거움 중 하나였는데, 이번엔 그 부분이 많이 약해졌다. 투톱 중심으로 영화가 재편되다 보니 나머지 팀원들의 활약이 아쉽게 느껴지는 건 사실이다. 홍보를 처음부터 투톱으로만 밀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던 것 같다.
빌런
빌런 관련해서 개봉 전후로 스포 논란이 있었다. 그런데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냅다 오픈해버린다. 예고편에서도 상당히 티를 냈던 부분이라, 민감하게 받아들일 요소는 아니라는 생각이다.
좋았던 점들
정해인의 눈빛과 존재감
이 영화에서 가장 확실하게 건진 부분이다. 정해인이라는 배우가 이 캐릭터를 통해 보여주는 눈빛은 단순히 잘생긴 배우의 그것이 아니다. 소년미 안에 담긴 무언가가 장면마다 살아있고, 투톱 주연 체제가 납득되는 이유가 바로 이 배우의 활약에 있다. 앞으로 이 배우가 어떤 캐릭터를 만나게 될지가 기대되는 계기가 된 영화였다.
'사적 정의'를 향한 묵직한 질문
이 영화가 던지는 질문이 보는 내내 머릿속에 맴돈다. 비질란테, 사적 제재, 렉카 등 요즘 많이 소비되는 소재들을 단순한 장치로 쓰는 게 아니라, 관객에게 직접적으로는 아니지만 '당신은 어느 편에 정의를 두겠습니까'라고 물어오는 구조다. 황정민이 중심을 잡아가는 수사의 흐름 안에서 이 질문이 자연스럽게 쌓인다. 영화를 보고 나서도 한동안 이 질문을 붙들게 만든다.
액션에 집중된 볼거리
1편보다 액션의 비중이 확실히 올라갔다. 코미디를 덜어낸 자리를 액션으로 채운 구조인데, 류승완 감독이 만든 액션이라는 점에서 볼거리가 없는 건 아니다. 타격감이나 장면 구성에서 감독 특유의 스타일이 살아있고, 이 부분만큼은 기대에 충분히 부응하는 편이다.
다음이 기대되는 속편의 포지셔닝
쿠키 영상으로 인해 다소 당황스러운 부분도 있었지만, 류승완 감독이라면 큰 그림이 있을 거라는 믿음이 생긴다. 1편의 강렬한 이미지를 지우고 새로운 밑바탕을 까는 작업으로 이 영화를 읽으면, 베테랑 시리즈가 어디로 가려는지에 대한 기대가 생긴다. 그 자체가 속편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아쉬웠던 점들
피날레가 너무 아쉬웠다
이 영화에서 가장 크게 아쉬운 부분이 여기다. 후반부 끝맺음을 위한 과정이 얼렁뚱땅한 느낌이 든다. 그때까지 쌓아온 긴장감과 메시지의 무게가 피날레에서 충분히 해소되지 않는다. 러닝타임을 줄였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 후반부의 아쉬움이 재미 전체를 반감시킨 건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팀 케미와 웃음이 사라진 자리
1편이 가졌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가 수사팀 전체의 케미와 그 안에서 터지는 웃음이었다. 이번엔 그 부분이 거의 사라졌다. 주제가 어둡고 진지한 방향으로 바뀐 만큼 의도적인 선택이겠지만, 그 공백이 생각보다 크게 느껴진다. 1편의 투박한 친밀감이 그리워지는 순간이 여러 번 있었다.
나머지 팀원들의 활약이 너무 아쉽다
황정민·정해인 투톱 체제로 재편된 구조가 나머지 팀원들의 존재를 많이 희석시켰다. 오달수, 장윤주, 오대환 등 낯익은 얼굴들이 있지만 이번엔 그 활약이 충분히 살아나지 못한다. 시리즈 팬이라면 이 부분이 특히 아쉽게 다가올 수 있다.
메시지가 짙어지면서 영화가 무거워졌다
사적 정의에 대한 메시지를 깊게 파고드는 방향은 이해가 된다. 그런데 그 메시지의 무게가 영화 전체를 상당히 무겁게 만들어버렸다. 중간중간 거칠게 묘사되거나 내뱉는 부분들이 있고, 그 진지함이 끝까지 유지되다 보니 피날레의 아쉬움이 더 크게 느껴지는 구조다. 메시지와 오락성의 균형을 좀 더 잡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아들과의 관계 장면이 꼭 필요했을까
개인적으로 아들과의 관계나 관련 장면들이 영화 안에 꼭 필요했는지 의문이 든다. 서도철이라는 캐릭터에 인간적인 결을 더하려는 의도는 알겠지만, 영화 전체 흐름 안에서 그 장면들이 충분히 녹아들지 못한 채 따로 도는 느낌이 있었다. 없었더라면 더 군더더기 없이 정리됐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1편의 재미와는 다르지만, 그럼에도 잘 돌아온 속편이다
베테랑2는 1편과는 완전히 다른 영화다. 같은 캐릭터가 등장하고 같은 시리즈지만, 톤과 결이 달라졌다. 1편의 투박하고 능글맞던 재미를 기대하고 간다면 분명히 낯설게 느껴지는 영화다. 그렇기 때문에 1편을 잊고, 류승완 감독이 만든 황정민·정해인 주연의 형사 영화로 기대치를 조정하고 보는 게 관람에 훨씬 도움이 된다.
피날레의 아쉬움은 크다. 후반부가 얼렁뚱땅하다는 느낌을 지우기 힘들고, 그 부분이 재미 전체를 반감시킨다는 것도 부정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정해인의 눈빛, 보는 내내 머릿속에 맴도는 정의에 대한 질문, 그리고 다음이 기대되는 마무리까지. 아쉬움과 기대가 공존하는 채로 극장을 나오게 만드는 영화였다.
과연 우리 사회는 비질란테를 필요로 할까. 이 질문을 한동안 붙들고 있게 만든 것만으로도, 베테랑2는 제 역할을 한 속편이라고 할 수 있다.
결론 및 최종 평점
1편의 재미와는 다르지만, 정해인의 눈빛과 묵직한 질문 하나는 확실히 건졌다.
평점: 3.4 / 5.0
- 추천하는 분: 정해인의 새로운 면모가 궁금한 분, 사적 정의와 비질란테 소재에 관심 있는 분, 황정민이라는 배우를 믿고 보는 분
- 비추천하는 분: 1편의 투박하고 유쾌한 팀 케미를 기대하는 분, 가볍게 웃으며 볼 오락 영화를 원하는 분, 탄탄한 피날레와 깔끔한 마무리를 중시하는 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