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고 영화는 역시 이유가 있다는 걸 다시 증명해준 영화
온갖 오컬트 장르 아이디어를 다 긁어모아 짬뽕시킨 아류작 느낌으로, 창고 영화는 역시 이유가 있다는 걸 다시 증명해줬다. 오멘, 엑소시스트, 검은사제들, 컨저링을 섞으면 이 영화가 나오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본인만의 독창성이 없었다.
배우들이 연기로 커버하는 건 한계가 있다. 연기력이 뛰어난 배우들로 구성되었음에도 활용을 너무 못해서 더욱 안타까웠다. 요약하자면 진행될수록 곤두박질치고 있는데 결말에서 확인 사살을 하는 스타일이었다.
영화 사흘(2024) 기본 정보
- 감독: 현문섭
- 장르: 공포, 미스터리, 오컬트
- 출연: 박신양, 이민기, 이레 외
- 개봉일: 2024년 11월 14일 (대한민국)
- 상영 시간: 95분
흉부외과 명의 승도(박신양)의 딸 소미(이레)가 구마의식 도중 목숨을 잃는다. 장례식장에서 죽은 딸의 목소리를 듣게 된 승도와, 뒤늦게 그것의 존재를 알아차린 신부 해신(이민기)이 남은 사흘 동안 죽은 소녀의 심장에서 깨어나는 악마를 막으려는 이야기다.
등장인물 — 연기력이 아까운 배우들, 각본이 발목을 잡았다
차승도 (박신양)
오랜만에 복귀한 박신양의 연기 자체는 좋았다. 그런데 캐릭터 설정이 너무 과하다. 과해도 너무 한 딸에 대한 집착으로 이성을 잃었다는 것만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행동들이 연속으로 나오고, 반감을 사는 장면들이 계속 추가된다. 박신양이 정신줄을 놓는 순간부터 영화를 최선으로 만들겠다는 중심이 이미 부서진 것 같았다. 캐릭터에 대한 설명이 너무 부족했고, 잘려나간 장면이 많은 건지 애초에 이러려고 한 건지 모르겠지만 딸바보가 아니라 지나친 느낌의 캐릭터였다.
반해신 (이민기)
사연이 있어 보이지만 대충 넘어가는 전후사정 없이 그냥 딱 중간만 보여준 듯한 캐릭터였다. 이민기라는 배우의 존재감은 분명히 있는데 각자의 활약들이 다 하다가 만 느낌이어서 아쉬웠다. 캐릭터 자체에 대한 설명이 너무 부족해서 이입이 되기 전에 이야기가 흘러가버리는 구간이 많았다.
차소미 (이레)
구마의식 도중 사망하는 인물로 이레 배우가 맡았다. 빙의 연기가 나름의 몰입감을 만들어주는 순간들이 있었는데, 각본의 허술함 속에서도 배우 본인의 연기만큼은 나쁘지 않았다.
좋았던 점들
배우들의 연기가 만들어준 기본적인 몰입감
배우들의 연기 자체가 좋아서 기본적인 몰입감은 있었다. 박신양, 이민기, 이레 모두 자신들에게 주어진 역할을 최선으로 소화하려 했고, 그 덕에 각본이 버텨주지 못하는 순간들에도 화면을 떠나지 않고 볼 수 있었다. 이 연기력이 없었다면 중반부도 버티기 힘들었을 것이다.
점프 스케어에만 의존하지 않은 연출 방향
점프 스케어로 관객들을 놀래키는 데만 집중한 영화가 아니라는 건 그나마 다행이랄까. 오컬트 장르 특유의 분위기와 구마의식의 긴장감으로 공포를 만들려 한 의도는 읽혔다. 실행이 충분히 따라주지 못했을 뿐이지 방향성 자체가 잘못된 건 아니었다.
부성애와 악마 구제라는 소재의 가능성
부성애와 악마 구제라는 카드를 통해 어떠한 이야기를 만들려 했는지는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소재 자체는 흥미로울 수 있는 조합이었고, 제대로 된 각본과 연출이 뒷받침됐다면 꽤 감정적으로 먹힐 수 있는 이야기였다. 가능성이 보였기에 오히려 더 아쉬운 영화였다.
아쉬웠던 점들
중반부를 기점으로 박살나는 각본
정확히 중반부를 넘어가는 기점으로 각본이 박살난다. 좁은 배경과 세계관에서 생각보다 거창한 것을 담으려다 보니 산으로 간 느낌이었다. 공포감도 일반 공포 영화보다 많이 떨어지고, 영화가 품은 비밀 자체가 너무 허술하게 연출되어버렸다. 몰입감만으로 해결이 안 되는 수준으로 벗어나버렸다.
악마의 비밀이 밝혀지는 세트장의 싸구려 퀄리티
아무리 생각해도 악마의 비밀이 밝혀지는 그 순간의 세트장이 너무 싸구려라서 두 눈을 의심했다. 오컬트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클라이맥스 장면이 이 퀄리티라면 앞서 쌓아온 긴장감이 한순간에 무너질 수밖에 없다. 예산 문제였는지 모르겠지만 이 장면에서 몰입이 완전히 깨졌다.
캐릭터 설명 부족과 허술한 세계관
캐릭터 자체에 대한 설명이 너무 부족하다. 잘려나간 장면이 많은 건지 애초에 이러려고 한 건지 모르겠지만, 각 인물들의 전후사정 없이 딱 중간만 보여주는 구성이 이입을 방해한다. 이 정도의 풍비박산 장례식이라면 업체에서 내쫓을 텐데 모두가 악마에 그리 놀라지도 않는 빈틈도 어이없었다.
굳이 필요 없었던 액션 장면과 신파 결말
굳이 필요해 보이지 않는 액션 장면만 없었어도 환장하네라는 말까지는 안 했을 것 같다. 거기에 신파 공포극이라는 최악의 마무리까지 완벽했다. 하다못해 결말이라도 독창성이 있었어야 했는데, 흔한 오컬트의 흔한 마무리로 끝나면서 확인 사살을 당한 기분이었다.
예고편이 너무 많은 것을 오픈해버렸다
예고편에서 너무 많은 것을 다 오픈해버렸다. 본편을 보면서 예고편에서 이미 본 장면들이 계속 나오니 긴장감이 반감될 수밖에 없었다. 공포 영화에서 예고편 마케팅 전략이 이렇게 영화 자체를 망치는 경우가 또 있을까 싶을 정도였다.
연기력 좋은 배우들을 활용 못한, 중반부 이후 곤두박질친 오컬트 짬뽕
'사흘'은 연기력이 뛰어난 배우들로 구성됐음에도 활용을 너무 못한 영화다. 중반부까지는 배우들의 연기가 기본적인 몰입감을 만들어주지만, 중반부를 넘어가는 순간 각본이 박살나면서 그 모든 게 무너진다. 오멘, 엑소시스트, 검은사제들, 컨저링을 섞어놓은 짬뽕 아류작에 신파 결말까지. 창고 영화는 역시 이유가 있다는 걸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된 영화였다.
결론 및 최종 평점
중반부까지는 버텼는데 결말에서 확인 사살. 배우들이 아까웠던 오컬트 짬뽕.
평점: 1.8 / 5.0
- 추천하는 분: 박신양 배우의 복귀작이 궁금한 분, 오컬트 장르를 닥치는 대로 챙겨보는 장르 마니아
- 비추천하는 분: 독창적인 오컬트 공포를 기대하는 분, 탄탄한 각본과 세계관을 원하는 분, 신파 결말에 지친 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