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글래디에이터2(2024) 후기 - 감흥 없이 길었던, 상징으로 남겨뒀어야 했을 24년 만의 속편

영화 글래디에이터2(2024) 후기

딱히 볼 게 없어 봤는데, 감흥도 딱히 없었다

1편을 엄청 재밌게 본 것도 아니고 너무 예전에 봐서 기억도 잘 안 나 패스하려다가, 딱히 볼 게 없어서 봤다. 그리고 역시나였다. 야속하게도 검투사의 열정과 복수심, 야망의 감정이 내게는 없었나 보다. 그의 검에 흥미를 느끼지 못했는데, 1편 자체에 큰 감흥이 없는 사람이라 당연한 결과였을지도 모르겠다. 그저 긴 영화였을 뿐, 뭔가를 막 적을 만큼 뭘 보고 든 생각이 없었다.

그냥 하나의 상징으로 1편으로 남겨두고, 영웅을 한 명으로 간직하게 냅뒀어도 무관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만 잔뜩 하다가 온 것 같다. 20년 만에 돌아온 만큼 20년만큼의 진화된 모습을 보여줬어야 하는데 솔직히 그건 실패한 것 같다.

영화 글래디에이터2(2024) 기본 정보

  • 감독: 리들리 스콧
  • 장르: 액션, 드라마
  • 출연: 폴 메스칼, 페드로 파스칼, 덴젤 워싱턴, 코니 닐슨, 조셉 퀸, 프레드 해킨저 외
  • 개봉일: 2024년 11월 13일 (대한민국)
  • 상영 시간: 148분
  • 제작비: 2억 1,000만 달러

2000년 개봉작 글래디에이터의 24년 만의 후속작이다. 쌍둥이 황제 게타와 카라칼라의 폭압 아래 모든 것을 잃고 노예로 전락한 루시우스(폴 메스칼)가 검투사로 발탁되어 로마의 운명을 건 결전을 준비하는 이야기다. 시대적 배경은 전작으로부터 약 20여 년 후인 서기 210년대다.

등장인물 — 배우들은 좋았고, 주인공 버프는 너무 심했다

루시우스 (폴 메스칼)

주인공 버프가 갈수록 너무 심해져서 그 끝이 궁금하지 않았다. 결투를 거듭하며 점점 강해지는 구조인데, 그 과정이 지나치게 안전하게 흘러가면서 긴장감이 생기지 않았다. 폴 메스칼이라는 배우 자체의 연기는 좋았는데, 캐릭터 설계가 아쉬웠달까. 감정선의 흐름을 따라가기 너무 벅찬 느낌이 들었던 것도 이 캐릭터의 서사가 좀 급하게 처리된 탓이 크다.

마크리누스 (덴젤 워싱턴)

배우들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인물이다. 검투사들을 이용해 권력을 휘두르는 야심가라는 설정인데, 덴젤 워싱턴 특유의 존재감이 등장할 때마다 화면을 장악했다. 이 인물이 나오는 장면만큼은 긴장감이 살아났다.

아카시우스 (페드로 파스칼)

로마 시민에 충성하는 장군으로 나름의 서사를 갖고 있는 인물인데, 이야기가 함축되다 보니 감정선이 충분히 쌓이기 전에 넘어가는 순간들이 있었다. 페드로 파스칼이라는 배우가 가진 매력은 있는데 캐릭터에 이입하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게타·카라칼라 황제 (조셉 퀸·프레드 해킨저)

폭압적인 쌍둥이 황제로 등장하는데, 빌런으로서 충분한 위협감을 주는 데는 성공했다. 두 배우 모두 자기 역할을 나름 소화했지만, 이들의 악함이 이야기의 긴장감을 만들어내기보다는 배경처럼 느껴지는 구간이 있었다.

좋았던 점들

대규모 액션 장면들의 볼거리

능력 대전만 흥미로워하는 요즘 시기에 고대의 전투는 여전히 흥미로운 법이다. 콜로세움 안에서 벌어지는 대규모 결투 장면들은 괜찮았고, 시각적인 스케일만큼은 이 영화가 가진 확실한 강점이었다. 액션이 나올 때만큼은 조금 가슴이 두근거렸으니, 적당히 오락으로 볼 만한 요소는 분명히 있었다.

덴젤 워싱턴의 존재감

배우들의 연기는 역시나 좋았는데 그 중에서도 덴젤 워싱턴의 존재감이 단연 돋보였다. 등장할 때마다 화면의 무게감이 달라지고, 이 인물이 나오는 장면에서만큼은 영화가 한 템포 살아났다. 이 배우 하나가 영화 전체의 긴장감을 버텨주는 순간들이 있었다.

적당히 오락으로 볼 만한 요소들

재미가 아예 없었던 건 아니었다. 148분이 길게 느껴지긴 했지만, 그렇다고 지루해서 못 보겠다는 수준은 아니었다. 고대 로마의 배경과 검투사 서사라는 소재 자체가 가진 고유한 매력이 있고, 그것만으로도 적당히 스크린 앞에 앉아있을 이유는 됐다.

아쉬웠던 점들

루즈하게 흘러가는 전개와 정해진 듯한 긴장감 부재

전후 서사라던지 전체적인 전개가 되게 루즈하게 흘러갔다. 긴장감 없이 정해진 듯이 진행되면서 계속해서 액션이 나올 때만 잠깐 반응이 살아났다. 아주 전형적인 안전빵으로 영웅 만들기 영화를 이어가는 느낌이 강했고, 돈을 벌기 위해 만들어진 속편이라는 생각을 지우기가 어려웠다.

감정선을 따라가기 벅찬 서사 압축

생각보다 되게 많은 내용을 함축시켜서 다 보여줘야 하는데, 어느 순간부터 갑자기 서두르는 느낌이 있었다. 배우들의 연기가 좋아서 감정선을 따라가려 했는데 그 흐름이 끊기는 구간들이 반복됐다. 148분이라는 러닝타임에도 서사가 부족하게 느껴졌다는 건 편집이나 각본 구성에 문제가 있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20년 만에 돌아온 진화 없는 속편

20년 만의 속편이라면 20년만큼의 진화된 무언가를 보여줬어야 했는데, 솔직히 그건 실패했다. 비슷한 결로만 구상한 안전빵 영화라는 느낌이 강했고, 1편에 열광했던 팬이라면 오히려 분노의 평가를 내렸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상징적인 존재로 남겨뒀어야 했을 걸 굳이 건드린 결과랄까.

국내 청불 등급이 발목을 잡다

이 영화를 보면서 든 가장 큰 잡생각이 왜 청불이냐 하는 것이었다. 찰나에 지나가는 적나라한 장면들이 있긴 해도 그리 심하지 않아서, 한국 성수기 영화들에게 가끔 보여주는 관대함을 이번엔 베풀지 않은 게 안타까웠다. 1편과 달리 국내 흥행에 브레이크 요소가 달린 것 같아서 알 수 없는 등급 심의의 줏대에 대한 잡생각만 한 것 같다.

상징으로 남겨뒀어야 했을 영웅의 이야기

'글래디에이터2'는 적당히 오락으로 볼 만한 요소들이 있는 영화다. 하지만 24년 만에 돌아온 만큼의 진화를 보여주지는 못했고, 그냥 전형적인 안전빵으로 또 한 명의 영웅을 만들어내는 이야기로 끝났다. 열광하는 분들도 분명히 많겠지만, 가끔은 뭐든지 그냥 상징적인 존재로 남겨두는 게, 굳이 건들지 않은 게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결론 및 최종 평점

대규모 액션은 괜찮았고, 덴젤 워싱턴은 빛났지만, 24년 만의 진화는 실패했다.

평점: 2.8 / 5.0

  • 추천하는 분: 고대 로마 배경의 대규모 액션을 즐기는 분, 덴젤 워싱턴의 존재감이 궁금한 분, 1편을 좋아했던 팬
  • 비추천하는 분: 1편의 감동을 기대하는 분, 긴장감 있는 서사와 탄탄한 전개를 원하는 분, 148분이 부담스러운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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