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히든페이스(2024) 후기 - 스릴러를 기대하면 안 되는, 욕망의 불꽃이 가득한 밀실 로맨스

영화 히든페이스(2024) 후기

원작의 스릴러적 답답함을 기대하면 안 되는 영화

원작의 스릴러적인 답답한 요소를 기대하지 말아야 할 영화다. 어쩌면 원작 자체를 잊고 봐야 할지도 모르겠다. 상당히 많은 변화구를 넣으면서 완전히 다른, 욕망의 불꽃이 가득 찬 영화가 탄생했다. 초반에는 아주 흔한 치정물로 가는 듯해 보였으나 중반부로 가면서 원작에는 없는 요소를 넣으며 스릴을 유발했는데, 스릴러 영화로서는 많이 부족했다.

파격적인 설정 추가로 인해 영화는 몰입의 끈을 놓지 않게 하려고 노력했고, 이 추가된 설정을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당혹스러운 영화가 될 수도 있고 생각지도 못한 영화가 될 수도 있겠다 싶었다. 적당히 전자였지만 끝에서 선보인 이야기는 후자였던 것 같아, 여배우들의 열연 속에서 아쉬움을 사긴 했지만 적당히 볼 만은 했던 영화였다.

영화 히든페이스(2024) 기본 정보

  • 감독: 김대우
  • 장르: 미스터리, 스릴러, 로맨스, 서스펜스
  • 출연: 송승헌, 조여정, 박지현
  • 개봉일: 2024년 11월 20일 (대한민국)
  • 상영 시간: 115분
  • 제작비: 약 70억 원

2011년 콜롬비아 영화 히든 페이스의 리메이크작이다. 지휘자 성진(송승헌)의 약혼녀 수연(조여정)이 영상 편지만 남긴 채 자취를 감추고, 성진은 수연을 대신한 첼리스트 미주(박지현)에게 강한 끌림을 느끼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사라진 줄 알았던 수연은 혼자서는 절대 나올 수 없는 집 안 밀실에 갇혀 숨겨진 민낯을 지켜보고 있었다.

등장인물 — 박지현과 조여정이 멱살 잡고 이끈 영화

성진 (송승헌)

오케스트라 지휘자로, 가난한 집안 배경이 콤플렉스인 인물이다. 성공을 위해 달려왔고 모든 것을 누릴 수 있지만 그 콤플렉스가 욕망과 얽히는 구조인데, 감정 변화에 크게 이입이 안 됐다. 어떻게 보면 초반에 수연과 나눈 대화처럼 욕망과 적응에 대해 이입해보면 정리가 되지만, 모든 퍼즐이 맞춰지고 끝을 향해가면서 급하게 정리되다 보니 그의 흔들림과 선택들이 얼렁뚱땅처럼 느껴졌다. 대사가 너무 잘 들리지 않아서 자막이 필요할 정도로 발음 전달이 아쉬웠다.

신수연 (조여정)

철없는 부잣집 딸로, 소유욕이 강한 캐릭터다. 좀 과하다 싶기는 했는데 각자 추구하는 욕망을 이입해보면 산으로 간 스토리는 아니었다. 밀실에 갇혀 숨겨진 민낯을 지켜보는 구조인데, 안타까움과 답답함이 충분히 전달되지 않은 부분이 아쉬웠다. 원작과 다르게 어떤 요소를 넣어 존재를 알리고 분노를 표출할지가 기대됐는데, 이 부분에서 크게 아이디어가 없는 느낌이었달까.

김미주 (박지현)

이 영화를 보면서 흥미를 놓지 않게 만든 인물이다. 진짜 말 그대로 알 수 없는 분위기를 연기한 박지현 배우의 차분함과 욕망이 영화를 멱살 잡고 이끌고 간 느낌이었다. 시사회부터 화제가 된 파격 노출 수위와 관련해서는 그렇게까지 강하게 느껴지지는 않았는데, 박지현 배우의 열연만큼은 무한 박수를 보내고 싶다. 원작에는 없는 설정이 이 캐릭터를 통해 들어가면서 영화의 방향이 완전히 달라졌다.

좋았던 점들

흔한 치정물로 보이지 않기 위한 초반 서사

초반에는 아주 흔한 치정물로 흘러갈 것 같았는데, 그렇게 단순하게 가지 않으려는 의도가 서사 곳곳에서 읽혔다. 철없는 부잣집 딸, 가난 콤플렉스를 가진 남자, 또 다른 욕망이 있는 여자. 셋이서 보여주는 이야기는 돈 그 이상의 오묘한 관계 속에서 계속 다른 욕망을 분출하고 마인드맵처럼 가지를 치고 있었는데, 이 단순하지 않은 욕망의 구도 자체는 흥미로웠다.

원작에는 없는 파격적인 변화구

원작의 이야기에 사랑이라는 아주 거대한 욕망을 다른 시선으로 넣으면서 변화구를 줬다. 생각지도 못했던 설정이 들어가면서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영화로 느껴질 수 있는 시도였다. 리메이크임에도 완전히 다른 욕망의 결을 가진 영화를 만들어낸 것 자체는 나름 용감한 선택이었다.

박지현의 압도적인 열연

이 영화를 끝까지 보게 만든 가장 큰 이유다. 알 수 없는 분위기를 차분하게 유지하면서도 내면의 욕망을 은근하게 드러내는 연기가 인상적이었다. 이 배우의 연기가 없었다면 영화가 중반부를 버티기 훨씬 힘들었을 것 같다. 박지현과 조여정의 서사가 이 영화의 핵심이었고, 두 여배우가 각자의 방식으로 욕망을 표현한 대립 구도는 볼만했다.

아쉬웠던 점들

밀실 속 수연의 답답함이 충분히 전달되지 않았다

원작에서 가장 핵심적인 장치인 밀실에 갇힌 주인공을 보면서 안타까움과 답답함이 충분히 느껴지지 않았다. 원작과 다르게 밀실 속에서 어떤 방식으로 존재를 드러내고 감정을 표출할지에 대한 아이디어가 크게 없는 느낌이었다. 이 부분이 더 강렬했다면 영화 전체의 긴장감이 훨씬 올라갔을 것 같다.

황급하게 끝나버린 마무리

천천히 이끌고 가다가 황급히 끝내버리는 느낌이 너무 강했다. 스릴러적으로 정돈하고 마무리를 해야 하다 보니 조금 길을 잃은 게 아닌가 싶기도 했다. 모든 퍼즐이 맞춰지고 끝을 향해가는 과정에서 성진의 흔들림과 선택들이 충분한 감정 쌓임 없이 얼렁뚱땅 처리되는 느낌이었다. 영화는 그 끝이 좋아야 한다는 걸 새삼 느끼게 만드는 마무리였다.

송승헌 캐릭터 감정 변화의 이입 부족

성진이라는 캐릭터의 욕망과 감정 변화에 크게 이입이 안 됐다. 욕망과 적응이라는 주제를 이 캐릭터가 중심에서 이끌어야 하는데, 그 과정이 충분히 설득력 있게 전달되지 않았다. 두 여배우에 비해 남주의 서사가 상대적으로 빈약하게 느껴졌고, 대사 전달도 자막이 필요할 만큼 아쉬웠다.

스릴러로서는 많이 부족한 긴장감

원작이 스릴러적 답답함으로 관객을 끌어당겼다면, 이 영화는 그 방향을 포기하고 욕망의 로맨스로 전환했다. 그 선택 자체가 틀린 건 아니지만 스릴러를 기대하고 온 관객에게는 많이 부족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파격적인 설정과 노출 수위가 화제가 됐지만, 그게 긴장감을 대체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여배우들의 열연 속에서 아쉬움이 남는, 색다르긴 했던 밀실 로맨스

'히든페이스'는 단순하게 야함을 강조한 이야기가 아니라서 좋았지만, 조금 멀리 간 영화라는 결론이다. 파격적인 변화구를 넣어 원작과 완전히 다른 욕망의 결을 만들어낸 시도는 나름 용감했고, 박지현과 조여정의 열연이 영화를 끝까지 이끌었다. 다만 이 결말이 최선이었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흥한 치정물로 보이지 않으려 했던 초반 서사, 생각지도 못한 변화구, 그리고 황급한 마무리. 이 영화는 그 세 가지가 한 편 안에 공존하는 색다른 밀실 로맨스였다.

결론 및 최종 평점

박지현의 열연이 멱살 잡고 이끌었고, 끝이 아쉬웠던 욕망의 밀실 로맨스.

평점: 3.3 / 5.0

  • 추천하는 분: 박지현·조여정 배우의 열연이 궁금한 분, 원작과 다른 파격적인 변화구가 흥미로운 분, 흔한 치정물과는 다른 욕망의 서사를 원하는 분
  • 비추천하는 분: 원작의 스릴러적 긴장감을 기대하는 분, 탄탄한 마무리와 개연성을 원하는 분, 송승헌 캐릭터 중심의 서사를 기대하는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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