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맛이라는 단어 말고는 표현할 방법이 없는 신선한 영화
공포 영화라기보다는 코미디 영화에 공포를 한 수푼 첨가했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은 영화다. 솔직히 이게 맞나 싶으면서 보고 있었는데 골때리는 하이라이트에 결국 웃음을 짓게 되더라. 흔한 공포 클리셰를 역으로 이용해 재치있는 영화가 되고자 했고, 어처구니없는 병맛도 적응하면 모든 게 귀엽게 보인다는 걸 증명해준 영화였다.
시사 평가가 너무 좋아서 기대가 엄청 컸는데 막상 보니 독백 형식으로 뭔가 잘 어울리는 듯하면서 아직은 어색해 보이는 아이돌 출신 배우들이 이끄는 이야기가 되게 오묘했다. 그 약간 어설픈 매력이 오히려 영화의 매력을 더 살려준 것 같기도 했다. 병맛 그 이상을 좋아한다면 의외의 발견이 될 수 있는 발칙한 영화였다.
영화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 개교기념일(2024) 기본 정보
- 감독: 김민하
- 장르: 공포, 코미디, 판타지, 학원
- 출연: 김도연, 손주연, 정하담, 강신희 외
- 개봉일: 2024년 11월 6일 (대한민국)
- 상영 시간: 90분
영화감독이 꿈인 지연(김도연)과 친구들이 방송반 캐비닛에서 1998년에 촬영된 비디오테이프를 보게 된다. 그 이후 기이한 현상을 겪으며 학교괴담을 알게 되고, 개교기념일에 귀신과의 숨바꼭질에서 이기면 수능 만점을 받을 수 있다는 설정 아래 네 명의 여고생이 귀신과의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다. 전소민, 이준혁, 고규필 등 특별출연이 꽤 있다.
등장인물 — 각자의 개성이 넘쳐서 그 맛으로 봤던 네 명
김지연 (김도연)
영화감독이 꿈이지만 성적이 받쳐주지 않아 PPT 제작에만 전념하던 인물이다. 주인공 포지션이지만 친구들의 개성에 묻히는 순간들이 많았다. 독백 형식의 연기가 아직은 어색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었는데, 그 어설픔이 오히려 캐릭터의 풋풋함과 맞아떨어지는 순간들이 있었다.
하은별 (손주연)
배우가 꿈이며 모의고사 성적은 죄다 8등급인 인물이다. 평소에 브이로그를 많이 찍는다는 설정이 영화 속 촬영 장치와 자연스럽게 연결됐다. 친구들과의 케미가 돋보였다기보다 각자의 개성이 넘쳐서 그 맛으로 봤던 느낌이었는데, 은별 캐릭터도 그 개성 안에서 나름의 역할을 했다.
석민주 (정하담)
이 영화를 끝까지 보게 만든 인물이다. 오타쿠 설정의 무녀 캐릭터인데, 정하담 배우가 이 역할을 얼마나 자연스럽게 소화하는지가 화면에서 느껴졌다. 네 명 중 유일하게 안정적인 연기를 선보여줬고, 특히 후반부로 갈수록 하드캐리를 제대로 해줘서 마지막에 얼마나 웃었는지 모를 정도였다. 이 배우가 없었다면 이 영화가 훨씬 덜 재밌었을 것이다.
현정 (강신희)
촬영감독이 꿈이고 은별과 마찬가지로 모의고사 성적은 8등급인 인물이다. 네 명이 만들어내는 앙상블 안에서 자기 역할을 해줬지만, 개별적으로 기억에 남는 장면은 다른 캐릭터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었다.
좋았던 점들
흔한 공포 클리셰를 역으로 이용한 재치
이 영화의 가장 큰 강점이다. 공포 영화의 클리셰를 그대로 쓰는 게 아니라 그걸 역으로 비틀어서 웃음을 만들어내는 방식이 나름 영리하다. 점프 스케어도 있고 귀신도 적나라하게 있지만, 결국 아메바 소녀들이 보여주는 이야기는 귀신과의 당돌한 사투여서 조금 재치있는 영화라는 걸 알고 보면 즐길 수 있는 지점이 분명히 있다.
정하담의 하드캐리
네 배우 중 안정적인 연기를 선보여준 건 정하담 배우뿐이었다. 오타쿠 무녀 캐릭터라는 독특한 설정을 자연스럽게 소화하면서 후반부로 갈수록 끝까지 뇌절을 선보이는 장면들에서 웃음을 터뜨리게 만들었다. 이 배우의 존재감이 영화의 병맛 코드를 살아있게 만들어준 핵심이었다.
여고괴담 등 한국 공포 영화를 비틀어낸 오마주 감성
해외 공포 영화도 어느 정도 참고했겠지만 여고괴담을 대표적으로 활용한 듯 한국 공포 영화를 여러 방식으로 비틀어낸 느낌이었다. 한국 공포 영화를 알면 알수록 더 재밌게 볼 수 있는 구조여서, 공포 장르를 즐겨보는 분들에게는 의외의 발견이 될 수 있는 영화였다.
적응하면 귀여워지는 병맛 코드
어처구니없는 병맛도 적응하면 모든 게 귀엽게 보인다는 걸 증명해줬다. 어설픈 매력이 오히려 영화의 분위기와 맞아떨어지는 순간들이 있었고, 골때리는 하이라이트에서 결국 웃음이 나오고 만다는 게 이 영화의 묘한 매력이었다.
아쉬웠던 점들
공포 영화를 기대하면 황당할 수준의 공포 미약함
온전한 공포 영화를 기대한다면 당연히 황당할 정도로 미약하다.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까지는 정말 한국 공포 영화가 그렇지 뭐 하는 수준이었고, 공포 장르 영화로 기대하고 본다면 실망이 클 수밖에 없다. 취향을 너무나도 탈 것만 같은 영화인 만큼 사전 정보 없이 보면 당황스럽게 다가올 수 있다.
홍보 방향이 아쉬웠다
차라리 애초부터 천방지축 엉뚱한 여고생들의 귀신 사투라는 식으로 홍보를 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조금 더 솔직하게 재치있는 코미디 영화임을 밝히는 예고편을 공개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사 평가가 너무 좋아서 기대를 높여놓은 탓에 기대치와의 괴리감이 더 크게 느껴졌다.
의미 없게 소비된 특별출연들
특별출연이 생각보다 많았는데 되게 의미 없는 느낌들이어서 좀 아쉽게 다가왔다. 전소민, 이준혁, 고규필 같은 배우들이 나오는데 이들의 출연이 영화에 어떤 의미 있는 기여를 하는지 잘 모르겠을 정도로 활용이 되지 않았다.
알게 모르게 들어간 학업 스트레스 메시지
본인들 스스로 신파로 빠지지 말자는 말을 하지만 알게 모르게 학업 스트레스에 대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데 이 부분이 좀 별로였다. 병맛 코드로 달리다가 갑자기 이런 메시지를 슬쩍 끼워넣는 방식이 영화의 흐름을 살짝 어긋나게 만드는 느낌이었다.
기출 변형을 좋아하는 분들에게만 추천할 수 있는, 발칙한 아메바 소녀들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 개교기념일'은 단점이 정말 많이 보이는 저예산 공포 영화지만, 코미디로 다가가서 병맛 그 이상을 좋아한다면 의외의 발견이라고 볼 수 있었다. 쉽게 추천은 못하겠고, 접하기 전에 좀 더 솔직한 후기들을 먼저 만나보고 보시길 권한다. 다만 정하담 배우 덕에 마지막에 얼마나 웃었는지, 그 기억만큼은 좋게 남겨놔야겠다 싶더라.
결론 및 최종 평점
병맛 코드에 적응하면 귀여워지는, 정하담이 하드캐리한 발칙한 여고생 귀신 사투.
평점: 3.3 / 5.0
- 추천하는 분: 병맛 코드와 공포 클리셰 비틀기를 즐기는 분, 정하담 배우의 팬, 가볍고 엉뚱한 학원 공포 코미디를 찾는 분
- 비추천하는 분: 제대로 된 공포 영화를 기대하는 분, 진지한 서사와 안정적인 연기 앙상블을 원하는 분, 병맛 코드가 취향이 아닌 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