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대도시의 사랑법(2024) 후기 - 색안경 없이 가장 자유롭게 보여준 사랑법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2024) 후기

마케팅이 잘못됐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최적의 방향이었을지도

우선 이 영화 마케팅이 잘못됐다고 생각했다. 누가 봐도 서로 아니라고 하지만 결국 사랑으로 이어지는 남사친 여사친의 이야기로 보이니까. 하지만 영화가 들려주고자 한 이야기를 파악하고 나면 오히려 최적의 마케팅 방향이었다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남녀 사이에 친구가 어디 있어 라는 흔한 선입견을 인용해서 다가간 홍보라는 생각이 들었달까.

이 영화는 절대로 일반적으로 평범하지 않다. 심상치 않은 여주인공, 그리고 동성애자 남주인공의 이야기다. 열린 마음을 가진 분들이 아니라면, 특히나 겉으로 표출이 잘 되지 않은 동성애자 관련 소재에 민감하신 분들이라면 영화에 대한 거부감이 당연히 있을 수밖에 없다. 근데 난 이 영화가 너무 사랑스러웠다.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2024) 기본 정보

  • 감독: 이언희
  • 장르: 코미디, 드라마, 청춘, 로맨스, 퀴어
  • 출연: 김고은, 노상현 외
  • 개봉일: 2024년 10월 1일 (대한민국)
  • 상영 시간: 118분
  • 제작비: 약 60억 원

박상영 작가의 소설 대도시의 사랑법 중 재희를 원작으로 한 영화다. 제49회 토론토 국제 영화제 스페셜 프레젠테이션 부문 공식 초청작이기도 하다. 자유로운 영혼의 재희(김고은)와 동성애자 흥수(노상현)가 의기투합 동거를 시작하면서 서로가 이상형일 수는 없지만 오직 둘만 이해할 수 있는 모먼트가 있다는 것을 알아가는 이야기다.

등장인물 — 색안경 없이 볼 때 가장 매력적으로 보이는 둘

구재희 (김고은)

남들이 보기에 쉽게 이해가 되지 않을 수도 있는 캐릭터다. 거칠고 솔직하게 자신을 표출하는 인물이고, 우리 사회에서는 따가운 시선이 느껴질 만한 요소들로 구성돼 있다. 근데 왜일까, 쟤는 저런 애야 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오글거릴 수도 있는 드라마틱한 대사들이 모든 것을 정리해주는 방식이 그냥 좋더라. 김고은이라는 배우가 이 캐릭터를 얼마나 자연스럽게 소화했는지가 그 이유였던 것 같다.

장흥수 (노상현)

사실상 이 영화의 주인공이라고 봐야 한다. 마케팅에서 첫 반응 공개 전까지 대놓고 언급하지 않았던 포인트이기도 한데, 그건 많이 아쉽더라. 근데 또 이해는 간다. 쟤 그런 애래 라고 할 수 있는 상황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데, 그 시선이 따가워야 할 것 같은 순간들에 오히려 몰입이 됐다. 노상현이라는 배우를 이 영화로 처음 제대로 봤는데, 정말 잘 맞는 역할이었다.

좋았던 점들

공감을 강요하지 않고 그냥 보여줬다

공감이 어려울 수는 있지만 공감을 강요하듯 메시지를 넣지 않아서 더욱 좋았다. 뒤에서 수근거릴 수는 있다. 다만 누구도 앞에서 대놓고 욕할 이유는 없더라. 이 사람들 다 우리한테 피해 안 준다는 것을. 그 시선의 문제를 직접 꺼내지 않으면서도 관객이 스스로 생각하게 만드는 방식이 좋았다.

한국 상업 영화에서 보기 드문 자유로운 퀴어 영화

한국 영화로서는 상당히 보기 드문, 자유롭게 풀어낸 상업 퀴어 영화를 만났다는 것 자체가 반가웠다. 색안경을 쓰고 볼 수밖에 없는 캐릭터들을 가장 색안경 없이 보여주며 몰입되게 해줬던 영화였다. 이 영화가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를 먹음에 따라 달라지는 과정의 솔직한 묘사

상극처럼 보이지만 누구보다 서로를 잘 알고 배려하는 진짜 친구 둘이 선보이는 이야기들이 정말 많았다. 나이를 먹음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는 과정을 잘 보여줬고, 내세울 거라곤 젊음과 자유뿐이었던 이들이 점점 나 자신의 개성을 잃고 현실적으로 보여질 때의 그 이야기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맞는 말들만 내뱉는 대사들의 쿨함

밤길이 무서우니 여자가 조심히 들어가라는 말에 남자가 일찍 들어가면 되는 것이 아니냐던 맞는 말들만 내뱉던 이 영화가 너무 사랑스러웠다. 오글거릴 수도 있는 드라마틱한 대사들이 오히려 모든 것을 정리해주는 순간들이 있었고, 쿨하게 살고 싶잖아 모두 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떠오르게 만드는 영화였다.

아쉬웠던 점들

후반부가 길게 느껴지는 구간

후반부가 좀 길게 느껴지긴 했다. 두 인물의 이야기가 충분히 쌓인 뒤라 그런지 후반으로 갈수록 조금 루즈하게 흘러가는 구간이 있었다. 118분이라는 러닝타임을 조금만 줄였더라면 더 경쾌하게 끝났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마케팅에서 흥수 캐릭터 설정을 숨긴 것의 아쉬움

사실상 노상현 배우 캐릭터가 주인공인 영화인데, 마케팅에서 첫 반응 공개 전까지 이 점을 대놓고 언급하지 않았던 건 많이 아쉬웠다. 이해는 가지만, 이 영화를 있는 그대로 보여줬다면 더 정직한 소통이 됐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의 내용이 마케팅을 오해하게 만들 수 있는 방향이었던 것도 사실이다.

열린 마음이 없다면 몰입이 어려울 수 있는 구조

이 영화는 열린 마음을 가진 분들이 아니라면 거부감이 있을 수밖에 없다. 동성애자 관련 소재에 민감하신 분들에게는 몰입 자체가 어려울 수 있는 구조다. 그게 영화의 문제라기보다는 관객의 입장에 따라 완전히 다른 영화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진입 장벽이 분명히 존재하는 영화라는 걸 알고 보는 게 맞다.

저 둘 중 한 명처럼만 살아봤어도 후회는 없겠다 싶었던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은 이 세상에서 색안경을 쓰고 볼 수밖에 없는 캐릭터들을 가장 색안경 없이 보여준 영화였다. 나는 이렇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는데, 아무리 영화라지만 저 둘 중 한 명처럼만 20대 초중반을 살아봤어도 후회는 없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던 건 왜였을까. 그냥 하나의 시선으로 보는 것의 중요함을 알려준, 난 그냥 너무 사랑스러웠던 영화다.

결론 및 최종 평점

색안경 없이 가장 자유롭게, 맞는 말들만 내뱉으며 사랑스러웠던 퀴어 영화.

평점: 3.7 / 5.0

  • 추천하는 분: 열린 마음으로 다양한 사랑 이야기를 즐기는 분, 김고은·노상현 배우의 케미가 궁금한 분, 한국 퀴어 영화가 반가운 분
  • 비추천하는 분: 퀴어 소재에 거부감이 있는 분, 남녀 로맨스를 기대하고 보는 분, 후반부의 루즈한 전개를 못 참는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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