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한테 반할 일이 또 생길 줄은 진짜 상상도 못했다
어린 시절 내 돈으로 볼 수 없었던 변신 로봇이라는 신세계를 처음 체험해준 실사 영화 1편의 소름을 다시 느끼게 해준 영화다. 초중반까지만 해도 그냥 저번 실사 영화보다는 낫다는 느낌으로 무난하게 보고 있었는데, 후반부의 전율이 미쳤다 싶었다. 시리즈가 더 망가지기 전에 혹은 애초부터 이런 식으로 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영화였다.
냉정하게 바라보면 당연히 이제는 유치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실사가 아닌 애니메이션이라는 점에서 실사만큼이나 눈이 즐거운 자본의 맛이 나는 건 아니지만, 공장 찍어내듯 나오고 반복되던 실사 시리즈에는 없는 영웅 탄생의 두근거림은 분명히 담겨있었다.
영화 트랜스포머 ONE(2024) 기본 정보
- 감독: 조시 쿨리
- 장르: SF, 액션, 어드벤처, 거대로봇
- 출연: 크리스 헴스워스, 브라이언 타이리 헨리, 스칼렛 요한슨, 키건마이클 키 외
- 개봉일: 2024년 9월 25일 (대한민국)
- 상영 시간: 104분
- 제작비: 7,500만 달러
트랜스포머 시리즈 40주년 기념작이자 애니메이션 영화다. 트랜스포머 실사영화 시리즈와는 이어지지 않는 독자적인 작품으로, 전쟁 이전의 사이버트론을 무대로 옵티머스 프라임과 메가트론의 탄생 기원을 다룬다. 지하 광산에서 일하는 하급 로봇 오라이온 팩스와 D-16이 지상에 도달하고 변신 능력을 얻으며 모든 것이 바뀌기 시작한다.
등장인물 — 영웅과 악당의 서사가 동시에 완성된 이야기
오라이온 팩스 / 옵티머스 프라임 (크리스 헴스워스)
이 영화에서 가장 빛난 부분이 옵티머스의 탄생 기원이다. 영웅으로 빛나야 하는 옵티머스의 이야기를 진짜 완벽하게 만들어냈다. 우리가 이미 아는 옵티머스 프라임이 어떻게 탄생했는지를 알고 나서 후반부를 맞이하는 순간의 짜릿함이 이 영화를 기억하게 만드는 핵심이었다.
D-16 / 메가트론 (브라이언 타이리 헨리)
악당을 마냥 밉게 연출하지 않았다는 점이 좋았다. 디셉티콘과 메가트론에 대해 잘 몰랐던 나에게도 그가 이해가 되도록 충분히 서사를 쌓아줬다. 꽤 정감이 가는 메가트론과 옵티머스의 탄생 기원이 뻔할 수 있는 이야기임에도 두 인물이 엇갈리는 순간의 감정이 충분히 전달됐다.
B-127 (키건마이클 키)
코믹함을 담당하는 인물로 서사에 지루함이 떨어지지 않게 하는 역할을 한다. 개인적으로는 이 코믹 요소가 조금 평범하게 다가오긴 했지만, 후반부 하이라이트에서 모든 것을 다 보여주면서 초반의 살짝 루즈함은 아무것도 아닌 셈이 됐다.
엘리타 원 (스칼렛 요한슨)
넷이 함께 움직이는 구성에서 제 역할을 했다. 스칼렛 요한슨의 목소리가 이 캐릭터에 잘 어울렸고, 카리스마 있는 존재감을 자연스럽게 전달해줬다.
좋았던 점들
후반부의 전율과 영웅 탄생의 두근거림
이 영화를 기억하게 만드는 모든 것이 후반부에 있다. 첫 만남 그 순간의 짜릿함을 유도하는 전율을 잊지 못할 것 같다. 잘 쌓아올린 옵티머스와 메가트론의 서사가 짧고 굵게 터지는 그 순간이, 공장 찍어내듯 나오던 실사 시리즈에서 느끼지 못했던 영웅 탄생의 두근거림을 제대로 전달해줬다.
악당에게도 충분한 서사를 준 연출
메가트론을 마냥 밉게 연출하지 않았다. 그가 왜 그런 선택을 하게 됐는지 이해가 되도록 충분히 서사를 쌓아줬고, 동시에 옵티머스의 영웅됨도 빛났다. 두 인물이 엇갈리는 과정을 어떤 사건으로 인해 벌어진 것인지 잘 담아낸 덕분에, 뻔할 수 있는 이야기가 감정적으로 먹혔다.
인간 서사 없이 달리는 애니메이션의 자유로움
굳이 필요 없기도 했던 인간의 서사를 뺀 트랜스포머. 애니메이션이기에 조금은 더 본론만을 위해 보여주며 달릴 수 있었고, 조금은 더 자유롭게 액션을 펼칠 수 있었다. CG로 떡칠을 해야만 재미를 준다는 틀을 벗어난 것이 오히려 이 영화를 더 좋게 만들어줬다.
다양한 변신 폼과 충분한 액션
경주 장면을 넣는다거나, 조상 급의 프라임 전사의 전투 등 트랜스포머 하면 떠올릴 수 있는 다양한 이동수단의 변신 폼을 만나볼 수 있어서 좋았다. 액션도 충분했고, 사이버트론이라는 배경이 실사와 다른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해줬다.
아쉬웠던 점들
너무 늦게 돌아온 초심
이제서야 진짜 매력을 보여주기 시작했다는 게 아쉬웠다. 너무 많은 시간 동안 이미지를 소비했고, 이제 와서 돌이키기엔 너무 늦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시리즈가 더 망가지기 전에 혹은 애초부터 이런 식으로 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크다.
초중반의 살짝 루즈한 전개
후반부가 워낙 강렬해서 덮어지긴 했지만, 초중반이 조금 평범하게 다가오는 구간이 있었다. 코믹 요소를 넣어서 지루함을 줄이려 한 의도는 알겠는데, 개인적으로는 그 부분이 살짝 평범하게 느껴졌다.
실사 영화만큼의 시각적 쾌감은 아니다
냉정하게 바라보면 이제는 유치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실사가 아닌 애니메이션이라는 점에서 실사만큼의 눈이 즐거운 자본의 맛이 나는 건 아니다. 애니메이션으로서의 비주얼을 기대하고 보는 분들에게는 충분히 훌륭하지만, 실사 시리즈의 폭발적인 CG 스케일을 기대하고 간다면 다를 수 있다.
향후 시리즈 방향에 대한 불안감
트랜스포머 시점 기원으로 돌아가 사실상 첫 시작으로 돌아갔지만, 현재 제작사가 개발 중인 지 아이 조와의 협업은 잠시 뒤로하고 애니메이션 시리즈화에 집중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향후 계획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좋은 방향을 찾았다면 그 방향을 잘 이어갔으면 하는 불안함이 있다.
이 시리즈의 IP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걸 증명한 영화
'트랜스포머 ONE'은 공장 찍어내듯 나오던 실사 시리즈에서 찾지 못했던 영웅 탄생의 두근거림을 담아낸 영화였다. 후반부의 전율이 초중반의 모든 루즈함을 덮어버렸고, 옵티머스와 메가트론의 탄생 기원을 이렇게 잘 담아낼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머리를 잘 쓴다면 보여줄 수 있는 부분이 무한하다고 보이는 만큼, 이 방향을 잘 이어가주길 바란다.
결론 및 최종 평점
후반부 전율이 모든 걸 덮었다. 트랜스포머 IP는 애니메이션에서 다시 살아났다.
평점: 3.7 / 5.0
- 추천하는 분: 트랜스포머 시리즈 팬, 옵티머스와 메가트론의 탄생 기원이 궁금한 분, 인간 서사 없는 순수한 로봇 이야기를 원하는 분
- 비추천하는 분: 실사 영화의 폭발적인 CG 스케일을 기대하는 분, 애니메이션 형식이 아쉬운 분, 이미 트랜스포머에 지친 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