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에서 봤어야 했는데, 라는 생각이 중반부에 쏙 들어가버렸다
예고편 때깔이 정말 좋았고 사극을 선호하지 않음에도 큰 기대를 했다. 초반까지는 역대급 영상미를 보여주면서 와, 이거 극장에서 봤어야 했는데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특급 칭찬을 남발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중반부를 들어가면서 그 생각이 쏙 들어가버리고 말았다. 진지한 이야기에 개그를 꼭 넣어야 했는지 정말 모르겠고, 액션만 남은 아주 흔한 액션 사극 영화가 되어버린 것 같았다.
욕심이 과했던 영화라고 생각한다. 담으려고 했던 게 너무 많아 과부하가 온 것 같았고,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의 최고 칭찬인 극장에서 봤어야 해 라는 생각조차 사라지게 만들었던 아쉬움이 남는 영화였다.
넷플릭스 영화 전,란(2024) 기본 정보
- 감독: 김상만
- 장르: 사극, 전쟁, 드라마, 액션, 고어
- 출연: 강동원, 박정민, 차승원 외
- 공개일: 2024년 10월 11일 (넷플릭스)
- 상영 시간: 128분
- 제작비: 약 300억 원
왜란이 일어난 혼란의 시대, 함께 자란 조선 최고 무신 집안의 아들 종려(박정민)와 그의 몸종 천영(강동원)이 선조의 최측근 무관과 의병으로 각자의 길을 걷다가 적이 되어 다시 만나는 이야기다. 신분 제도, 왜란, 왕의 무능함, 우정의 균열이라는 여러 이야기를 한 편 안에 담으려 했다.
등장인물 — 배우들의 연기는 좋았는데, 캐릭터 활용이 아쉬웠다
천영 (강동원)
이 영화도 결국 강동원을 비주얼적으로 좀 더 활용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의 중심인 신분 제도 속 천영이라는 인물의 서사가 충분히 납득이 되게 표현되긴 했지만, 그 이상의 무언가를 이끌어내기에는 아쉬움이 남았다. 초반 검술 장면의 강렬함이 중후반 이후의 액션 연출과 차이가 너무 크게 느껴졌다.
이종려 (박정민)
박정민 캐릭터가 내적으로 품고 있는 부분을 너무 간결하게 표현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엇갈리는 부분에서의 감정 변화가 더 깊게 파고들었다면 이 영화의 우정 서사가 훨씬 강렬해졌을 텐데, 그 부분이 아쉬웠다. 우정 그 이상의 시선을 유도하려는 의도가 있는 건 아닌가 하는 느낌도 들었다.
선조 (차승원)
짐승만도 못한 왕이라는 표현이 딱 맞는 캐릭터다. 차승원이라는 배우가 이 한숨 나오는 왕의 모습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소화했는지는 인정할 만하다. 이 인물이 등장하는 장면들이 이 영화에서 시대적 배경과 신분 제도에 대한 이야기를 가장 직접적으로 전달해주는 순간들이었다.
김자령 (진선규)
현명하고 인간미 넘치는 의병장으로 인상적인 존재감을 남겼다. 진선규라는 배우가 이 캐릭터를 통해 발휘하는 묵직함이 중반부 이후 영화의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했다. 생각보다 훨씬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는 영화에서 가장 일관된 감정선을 유지한 캐릭터였다.
좋았던 점들
초반의 역대급 영상미
초반은 진짜 역대급이었다. 극장에서 봤어야 했는데 라는 생각이 절로 나올 정도로 영상미가 압도적이었고, 사극을 선호하지 않음에도 화면에서 눈을 떼기 어려웠다. 판소리로 시작하는 오프닝부터 초반 검술 장면까지는 300억 원의 제작비가 어디에 쓰였는지 단번에 느껴질 정도였다.
배우들의 연기
담으려고 했던 게 너무 많아 과부하가 온 영화임에도 배우들의 연기가 몰입을 이끌어줬다. 강동원, 박정민, 차승원, 진선규 모두 각자 맡은 역할을 나름 소화했고, 특히 차승원의 한숨 나오는 왕 표현과 진선규의 묵직한 의병장 연기가 기억에 남았다. 배우들이 없었다면 중반부 이후를 버티기 훨씬 힘들었을 것이다.
신분 제도와 우정의 균열이라는 이야기의 뚜렷함
전하고자 한 이야기가 뚜렷했다. 짐승만도 못한 왕, 신분제, 왜란 상황에서 일어난 우정의 균열이라는 주제들이 각각 설득력 있게 표현됐고, 몰입도를 유지하는 데 기여했다. 허무함이 남더라도 결과적으로 하고자 한 것들은 다 보여준 이야기였다.
아쉬웠던 점들
분위기를 박살내는 개그 장면들
이 어두운 이야기에 분위기를 박살내는 개그를 유도하는 장면들이 중간중간 툭툭 들어온다. 너무 어두운 분위기를 환기시키고자 넣었다기에는 이야기가 너무 어두운데, 그냥 장난하나 싶더라. 만약 이 개그 장면들만 중간에 계속 나오지 않았더라도 훨씬 긍정적으로 봤을 것 같다.
초반과 중후반의 연출 온도 차이
초반 검술과 중후반 이후의 액션 연출 차이가 너무 크다. 다른 사람이 한 건가 싶을 정도로 너무 다른 느낌이었다. 초반에만 몰빵을 한 건가 하는 합리적인 의심까지 들었고, 진짜 정말 초반과 중후반 예산 측정이 따로 된 건지 모르겠다.
담으려 한 게 너무 많아 과부하가 온 각본
사극 액션으로 돋보이게 할지, 우정 서사를 메인으로 할지, 시대적 배경을 중심으로 할지, 한숨 나오는 왕을 필두로 할지를 두고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다 보니 흐름을 깨는 요소들이 많았다. 큰 조화로운 이야기를 만들었다고 보기엔 각 요소들이 따로 노는 느낌이 강했다.
너무 한순간에 해결되어버린 이야기와 허무한 엔딩
너무 한순간에 모든 이야기의 중심이 해결된 느낌이라 엔딩이 그리 마음에 들지 않았다. 128분짜리 영화에 생각보다 훨씬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다 보니 정작 중요한 부분들이 너무 간결하게 처리됐고, 박정민 캐릭터의 내적 감정선도 그 희생양이 된 것 같아 아쉬웠다.
탄탄한 사극을 보긴 했지만, 연출이 따라가지 못한 영화
'전,란'은 하고자 한 이야기는 탄탄했는데 연출이 그를 따라가지 못한 느낌이 큰 영화였다. 초반의 역대급 영상미가 중반부를 지나면서 점점 힘을 잃었고, 분위기를 박살내는 개그 장면들이 어두운 이야기의 몰입을 방해했다. 갈수록 아쉬움만 남게 했던 영화이지만 배우들의 연기와 이야기의 뚜렷함 덕에 끝까지 볼 수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결론 및 최종 평점
초반 영상미는 역대급, 중반부터 아쉬움만 남은 욕심 과했던 사극 액션.
평점: 2.7 / 5.0
- 추천하는 분: 강동원·박정민·차승원의 연기가 궁금한 분, 왜란 배경의 사극 액션이 좋은 분, 신분 제도와 우정의 균열이라는 이야기에 관심 있는 분
- 비추천하는 분: 초반의 영상미가 끝까지 유지될 것을 기대하는 분, 진지한 분위기의 일관성을 원하는 분, 허무한 엔딩에 민감한 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