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대 공포 영화를 기대했는데, 아이들의 성장 영화였다
쿠팡플레이를 통해 시청했다. 영화가 가진 이미지와는 꽤 많이 다른 영화였다. 빨간 풍선을 든 광대의 공포만을 다룰 것이라 생각했는데, 틀린 말은 아니지만 온전히 그런 영화라고는 할 수 없다.
공포를 곁들인 아이들의 성장 영화라고 부르는 게 더 맞는 것 같다. 겁먹은 아이들과 나쁜 어른들이 확실하게 구분되어 눈에 들어오고, 결국 끝까지 보고 나서 남는 건 트라우마에 맞선 용감한 아이들이었다. 처음 이 영화를 접했을 때는 이 감성을 이해하지 못했을 것 같다. 그 진입 장벽을 알고 보니, 오히려 공포 영화로만 접근하지 말아야 할 영화라는 게 더 선명하게 보였다.
영화 그것(2017) 기본 정보
- 감독: 앤디 무시에티
- 장르: 공포, 스릴러, 성장, 미스터리
- 원작: 스티븐 킹 소설 '그것'
- 출연: 빌 스카스가드, 제이든 마텔, 핀 울프하드, 소피아 릴리스 외
- 개봉일: 2017년 9월 6일 (대한민국)
- 상영 시간: 135분
- 제작비: 3,500만 달러
살인과 실종 사건이 이상하게 많이 생기는 데리라는 마을. 비 오는 날 종이배를 들고 나간 동생이 사라지면서 형 빌은 루저 클럽 친구들과 함께 동생을 찾아 나선다. 27년마다 아이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의 모습으로 나타나 잡아먹는다는 그것이 빨간 풍선을 든 삐에로 페니와이즈의 모습으로 그들 앞에 등장한다. 스티븐 킹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부제는 찌질이들의 모임이다.
등장인물 — 아역 배우들이 놀라울 정도로 연기를 잘해줬다
페니와이즈 (빌 스카스가드)
이 영화의 상징적인 존재이자 공포의 중심이다. 광대 연기를 너무 잘해줘서 소름이 끼친다기보다 신기하다는 느낌이 먼저 들었다. 너무나도 가짜 같은 광대가 선보이는 공포쇼라는 점에서 오히려 그 기괴함이 독특한 방식으로 다가온다. 페니와이즈라는 존재가 단순한 광대를 넘어서 각 아이들이 두려워하는 것으로 변한다는 설정이 이 캐릭터를 흥미롭게 만드는 핵심이다.
빌 덴브로 (제이든 마텔)
사라진 동생을 찾겠다는 의지로 루저 클럽을 이끄는 인물이다. 동생을 잃은 죄책감과 공포 사이에서 흔들리면서도 포기하지 않는 캐릭터인데, 제이든 마텔의 연기가 그 감정을 충분히 담아냈다.
루저 클럽 멤버들
리치, 에디, 벤, 비벌리, 스탠, 마이크까지. 캐릭터가 많다 보니 화면이 복잡하게 느껴지는 순간도 있었지만, 각 아이들이 가진 트라우마와 두려움이 군데군데 드러나는 방식은 나름 흥미로웠다. 무엇보다 아역 배우들 전체의 연기가 놀라울 정도로 좋았다. 이 영화에서 가장 확실하게 건진 부분이 바로 이 아이들의 연기다.
좋았던 점들
아역 배우들의 열연
이 영화에서 가장 확실하게 칭찬할 수 있는 부분이다. 제이든 마텔, 핀 울프하드, 소피아 릴리스, 잭 딜런 그레이저 등 아역 배우들의 연기가 놀라울 정도로 좋았다. 각자의 트라우마와 두려움을 표현하는 방식, 서로에 대한 감정을 보여주는 장면들까지 이 아이들의 연기 없이는 영화가 성립하지 않았을 것이다.
공포보다 깊은 성장 서사
단순한 공포 영화로만 접근하지 않는다면 영화가 다르게 보인다. 미국의 한 시대의 향수와 더불어 성장 서사를 담고 있고, 루저라고 불리는 아이들이 공포에 맞서면서 성장해가는 이야기로 읽히는 순간 꽤 슬픈 이야기처럼 다가오기도 한다. 아이들이 어른들에게 맞서는 순간들이 특히 인상적으로 남는다.
제목 그것이 가진 다층적인 의미
제목 '그것'에 여러 가지 생각을 주입할 수 있다는 점이 이 영화를 단순한 공포 영화 이상으로 만든다. 각자가 두려워하는 것의 모습으로 나타난다는 설정은 단순히 광대 공포를 넘어서, 자신이 두려워하는 것을 그것 자리에 대입해보게 만드는 구조다. 정답이 없는 이 열린 해석의 여지가 영화를 보고 나서 오래 생각하게 만든다.
페니와이즈라는 독특한 빌런의 존재감
너무 가짜 같은 광대라는 점이 오히려 독특한 방식으로 공포를 만들어낸다. 빌 스카스가드의 기괴한 광대 연기는 신기하다는 감각을 먼저 주는데, 그 신기함이 불안감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나름 효과적이었다.
아쉬웠던 점들
점프 스케어에 지나치게 의존한다
공포 영화라는 정체성을 놓치지 않으려는 의도는 이해하지만, 공포를 만들어내는 방식이 거의 점프 스케어에 의존하고 있다. 보여지는 것에 대해 딱히 무섭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진짜 두려움보다는 놀래키는 것 위주로 공포를 구성한 방식이 아쉬웠다.
캐릭터가 많아서 화면이 복잡하게 느껴지는 구간들
루저 클럽 멤버가 여럿인 데다가 주변 인물들까지 등장하다 보니, 각 캐릭터들이 겪는 트라우마와 두려움을 충분히 쌓을 시간이 부족하다. 일명 루저라고 불리는 아이들이 직면한 순간들을 짧은 하이라이트로 퉁치기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각 캐릭터 하나하나에 좀 더 시간을 줬다면 감정 이입이 더 깊어졌을 것이다.
개연성이 부족한 구간들이 있다
그것이 실제로 존재하는 건지, 어떤 방식으로 존재하는 건지에 대한 설명이 충분하지 않은 채로 흘러가는 구간들이 있다. 납득하기까지 필요한 장면들이 부족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었고, 이 영화가 무엇인지를 이해하기 위해 스스로 채워야 하는 부분이 많았다.
트라우마를 겪어보지 못한 관객에게는 공감이 어려울 수 있다
트라우마라는 것을 겪어보지 못한 어른이라면 과연 이 영화에 공감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일반적인 공포 영화의 무서움으로 접근하면 기대와 다르게 느껴질 수 있고, 성장 서사로 접근해야 한다는 걸 모르고 보면 진입 장벽처럼 느껴지는 루즈한 구간이 있다.
광대 자리에 내가 두려워하는 걸 대입해보면, 또 다른 영화가 된다
그것을 보고 나서 드는 생각이 있었다. 왜 어릴 적 우리가 꼭 무서워하는 존재가 있었던 것일까. 무서운 것으로 변하는 존재로서의 광대. 스티븐 킹이 이 소설을 통해 시사하려 한 게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적어도 광대 자리에 자신이 두려워하는 것을 대입해보면 전혀 다른 영화가 된다.
엄청 떠들썩하게 열광할 정도로 완벽한 영화라고는 할 수 없다. 점프 스케어에 의존하는 공포 연출도 있고, 캐릭터가 많다 보니 각자의 이야기가 충분히 쌓이지 못하는 아쉬움도 있다. 그러나 공포 영화가 아닌 성장 영화로 접근했을 때, 그리고 아역 배우들의 놀라운 열연을 함께 감상했을 때, 이 영화는 분명히 볼 만한 이유가 있다. 오로지 광대에 대한 공포를 기대하지 말 것. 그 광대를 자신이 두려워하는 것으로 대입해야 할 영화다.
결론 및 최종 평점
광대 공포보다 성장 서사로 읽어야 더 깊어지는 영화, 아역 배우들의 열연은 확실히 건졌다.
평점: 3.3 / 5.0
- 추천하는 분: 공포보다 성장 서사에 관심이 있는 분, 스티븐 킹 원작 특유의 감성을 좋아하는 분, 아역 배우들의 좋은 연기를 보고 싶은 분
- 비추천하는 분: 페니와이즈의 광대 공포만을 기대하는 분, 점프 스케어 없는 심리 공포를 원하는 분, 긴 러닝타임에 루즈함이 느껴지는 구간이 싫은 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