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버튼을 누르고 싶었지만, 집에서 봐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철 한참 지난 개그 코드를 남발하고 반복하면서 웃어라고 하는데, 웃음은커녕 닫기 버튼만 누르고 싶었던 영화다. 그나마 극장이 아니라 넷플릭스로 공개된 영화라서 돈이 아깝지는 않네 라는 생각으로 끝까지 볼 수 있었다. 왜 극장 개봉이 아닌 넷플릭스 공개를 선택했는지 영화를 보다 보면 바로 납득이 가는 그런 영화다.
황정민과 염정아라는 두 배우가 있어야만 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영화 내내 들었다. 비슷한 유명 해외 영화를 흉내만 내다가 정색을 유도하는 개그만 난무하고, 설정을 제대로 살린 것 같지도 않다. 넷플릭스가 구원해준 한국 영화 목록에 한 편이 추가된 느낌이다.
넷플릭스 영화 크로스(2024) 기본 정보
- 감독: 이명훈
- 장르: 액션, 코미디, 첩보, 버디
- 출연: 황정민, 염정아, 전혜진, 정만식 외
- 공개일: 2024년 8월 9일 (넷플릭스)
- 상영 시간: 105분
전직 정보사령부 특수요원이라는 과거를 숨긴 채 베테랑 주부이자 유치원 버스 운전기사로 살아가는 강무(황정민). 그의 아내 미선(염정아)은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 에이스 형사다. 강무의 후배 요원 희주(전혜진)가 곤경에 처해 나타나면서 아내 몰래 숨겨둔 실력을 발휘하는 강무와, 남편의 수상한 모습을 오해하고 뒤쫓기 시작한 미선이 엄청난 사건에 함께 휘말리게 되는 이야기다.
등장인물 — 두 배우가 아깝게 느껴진 캐릭터들
박강무 (황정민)
전직 특수요원인데 현재는 주부이자 유치원 버스 운전기사로 살아가는 인물이다. 남녀 포지션을 바꿔서 남자 배우가 평소 여자 캐릭터가 할 만한 대사를 뱉는 방식을 선택했는데, 이색적이어야 할 이 설정이 어색하게만 다가온다. 과거 요원 시절 서사도 충분히 보여주지 않은 채 그냥 갑자기 복귀를 선언하는 전개로 이어지는 방식이 납득보다는 보여주기식으로 느껴졌다.
강미선 (염정아)
강력범죄수사대 에이스 형사인데, 처음에는 남편이 바람을 피우는 것으로 오해하면서 뒤쫓는 데 상당한 시간을 쓴다. 터프한 형사이면서 바람을 의심하는 아내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 두 가지 모습이 매끄럽게 연결된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어쩌다 보니 황정민과의 케미보다 오히려 어색하게 느껴진 조합이었다.
장희주 (전혜진)
강무의 후배 요원으로, 잠입수사 중 강무와 공조하게 되는 인물이다. 영화에서 반전을 담당하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연기를 보여준 배우가 전혜진이었다는 게 이 영화의 아이러니를 잘 보여준다.
이상웅 (정만식)
미선과 같은 팀 형사 팀장으로 등장한다. 설정 자체는 있지만 영화 안에서 충분히 활용된다는 느낌을 받기 어려웠다.
좋았던 점들
남녀 포지션을 바꾼 설정의 시도
이 영화가 가진 가장 특별한 시도 중 하나다. 전직 요원인 남자가 주부로 살아가고, 여자가 강력범죄수사대 에이스 형사로 활약한다는 설정의 전환은 흥미로운 출발점이었다. 어색하게 느껴진 결과는 아쉬웠지만, 이 시도 자체의 방향은 나쁘지 않았다.
전혜진의 존재감
황정민과 염정아라는 두 주연 배우가 있는데도, 이 영화에서 가장 눈에 들어오는 연기를 보여준 배우가 전혜진이었다. 반전을 담당하는 캐릭터를 소화하는 방식에서 두 주연보다 오히려 더 선명한 인상을 남겼다.
반전 요소를 넣으려 한 시도
뻔하게 읽힌다는 아쉬움은 있지만, 반전을 위한 장치를 마련해두고 이야기를 구성하려 했다는 흔적은 있다. 나름의 반전을 기다리게 만드는 요소가 있었고, 그 방향 자체는 이 영화가 단순히 무작정 만들어진 영화가 아님을 보여주는 부분이었다.
아쉬웠던 점들
개그가 단 한 번도 웃기지 않았다
이 영화에서 가장 치명적인 문제다. 과장되고 오버스러운 상황이 무한 반복되는데, 한 번이라도 웃었으면 모를까 전체적인 개그 흐름이 허파에 잔 미동도 주지 않는다. 작위적인 개그 상황들이 헛웃음조차 나오지 않을 정도다. 무조건 명절 특수를 노리고 만든 각본 같은 느낌이 계속 드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두 배우의 케미가 어색하다
황정민과 염정아라는 조합이 나쁠 이유가 없는데, 실제 영화 안에서의 케미는 어색하게만 느껴진다. 부부라는 설정인데 둘 사이에서 부부의 온기가 느껴지지 않고, 서로를 이해하는 결정적인 순간도 너무 짧게 처리되어서 감정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다.
초반이 너무 길고 불필요한 장면들이 많다
영화 초반에 아내가 남편의 바람을 의심하는 장면들을 보여주는 데 시간을 너무 많이 쓴다. 캐릭터 소개도 간략하게만 되어있는데, 그 상황에서 개그 장면들만 길게 이어지다 보니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이미 지쳐버리는 구조다. 전직 요원의 과거사나 현직 형사의 생활을 보여주는 장면들도 매끄럽게 연결되지 않는다.
액션도 그렇게 좋은 편이 아니다
코미디가 안 웃기니 액션이라도 건져야 하는데, 그 액션도 기대 이하다. 설정을 제대로 살린 것 같지 않고, 전직 요원이라는 설정에서 기대할 수 있는 수준의 액션을 보여주지 못한다. 흉내를 낸 것 같은 해외 영화들의 액션에 비해 완성도가 아쉽다.
2010년대에 나왔어야 할 영화가 뒤늦게 나왔다
이 영화의 개그 코드, 캐릭터 설정, 전개 방식이 모두 지금 시대와 맞지 않는다. 2010년대쯤에 나왔어야 할 영화가 뒤늦게 채택되어 나온 것 같다는 느낌이 보는 내내 든다. 그 시절에 나왔다면 어떤 평가를 받았을지는 알 수 없지만, 지금 이 시점에서는 철이 한참 지난 감각으로 읽힌다.
극장이 아니라 넷플릭스라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크로스를 보고 나서 든 생각이 있다. 극장에서 개봉했다면 혹평과 실패로 이어지지 않았을까 싶다는 것. 그 점에서 기존 제작사와 배급사는 넷플릭스에게 고마워해야 하는 게 맞는 상황이다. 집에서 편하게 볼 수 있게 됐다는 장점 말고는 이 영화를 위해 딱히 뭔가를 한 것 같지 않은 넷플릭스지만, 그 하나의 장점이 이 영화를 적어도 돈 아깝지는 않은 감상으로 마무리하게 해줬다.
엔딩 피날레가 멋있게 다가오기보다 그냥 어색하게 끝났고, 서로를 이해하는 순간도 너무 짧았다. 황정민 염정아 두 배우가 정말 이 영화에 필요했는지에 대한 의문은 보고 난 후에도 남는다. 넷플릭스도 이제는 한국 오리지널 영화를 좀 더 퀄리티 있게 만들어줬으면 하는 바람이 이 영화를 보고 나서 다시 한번 생겼다.
결론 및 최종 평점
개그도 안 웃기고, 액션도 아쉽고, 케미도 어색했다. 넷플릭스 공개가 납득 가는 영화.
평점: 1.8 / 5.0
- 추천하는 분: 황정민과 염정아를 좋아해서 어떤 작품이든 챙겨보는 분, 가벼운 한국 코미디 액션을 넷플릭스에서 편하게 보고 싶은 분
- 비추천하는 분: 웃음과 액션 모두를 기대하는 분, 탄탄한 케미와 개연성 있는 첩보 액션을 원하는 분, 철 지난 개그 코드에 민감한 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