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를 좋아하고 함께하고 싶은 마음은 분명한데 이상하게 자주 싸우는 커플이 있습니다. 사소한 연락 문제로 시작했다가 예전의 서운함까지 꺼내게 되거나, 작은 의견 차이가 금방 감정적인 말다툼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우리가 정말 잘 맞는 사이가 맞을까?"라는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싸움이 잦다는 이유만으로 서로 사랑하지 않거나 관계가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서로에게 기대하는 것이 많고 가까운 사이이기 때문에 작은 차이에도 감정이 크게 움직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다만 같은 갈등이 반복되고 싸울 때마다 상처가 커진다면 그 과정은 한 번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싸움의 횟수보다 어떤 방식으로 싸우고, 싸운 뒤 어떻게 관계를 회복하는지가 더 중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서로를 좋아할수록 기대하는 것도 많아질 수 있다
연인에게는 다른 사람에게는 기대하지 않는 행동을 기대하게 됩니다.
친구가 연락을 조금 늦게 해도 크게 신경 쓰지 않다가 연인이 그러면 "나한테 관심이 없는 건가?"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평소에는 그냥 지나칠 수 있는 말투도 연인의 말이라면 서운하게 들릴 수 있습니다.
그만큼 상대가 나에게 중요한 사람이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문제는 이런 기대가 상대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상태에서 쌓일 때 생깁니다.
한 사람은 "연인이니까 이 정도는 알아서 해줄 수 있잖아"라고 생각하고, 다른 사람은 "그런 걸 원하는 줄 몰랐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서로의 마음이 없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충분히 공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기대만 커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랑하는 사이일수록 상대가 내 마음을 알아서 이해해주기를 기다리기보다 필요한 것을 말로 설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싸움의 원인은 하나인데 과거의 감정까지 함께 나오는 경우
자주 싸우는 커플에게 흔하게 나타나는 또 하나의 특징은 현재의 문제에 과거의 서운함이 계속 붙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이번에는 데이트 약속 시간 때문에 문제가 생겼는데 대화를 하다 보면
"너 지난번에도 늦었잖아."
"그때도 내가 기다렸는데 아무렇지도 않았잖아."
"연락 문제도 내가 몇 번이나 이야기했는데."
처럼 이전의 사건들이 하나씩 등장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현재 해결해야 할 문제가 무엇인지 점점 흐려집니다.
상대방도 지금의 행동을 설명하기보다 과거의 잘못을 방어하는 데 집중하게 됩니다.
한 번의 대화에서 모든 서운함을 해결하려고 하기보다 지금 가장 중요한 문제 하나를 먼저 다루는 것이 오히려 관계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과거의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면 그것을 이야기할 필요는 있지만, 여러 사건을 한꺼번에 꺼내 상대를 몰아붙이는 방식과는 구분해야 합니다.
두 사람이 싸움을 해결하는 방식이 비슷하지 않을 수 있다
같은 갈등을 겪어도 사람마다 반응하는 방법은 다릅니다.
한 사람은 문제가 생기면 바로 이야기해서 풀고 싶어 할 수 있습니다. 반면 다른 사람은 감정이 가라앉을 때까지 혼자 생각할 시간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이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면 서로의 행동을 반대로 해석하기 쉽습니다.
한쪽은 "왜 말을 안 해? 나랑 해결할 생각이 없는 거야?"라고 생각하고, 다른 쪽은 "지금 이야기하면 더 심하게 말할 것 같아서 잠깐 진정하려는 건데"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때 필요한 것은 누가 맞는지를 결정하는 것보다 각자가 갈등 상황에서 어떤 방식으로 반응하는지 파악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감정이 올라왔을 때 잠시 시간을 갖는 사람이 있다면 "대화를 피하는 것"과 "대화를 잘하기 위해 시간을 갖는 것"을 구분할 수 있어야 합니다.
단, 시간을 갖는다는 이유로 며칠씩 상대를 무시하거나 아무런 설명 없이 연락을 끊는 것은 또 다른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지금은 감정이 올라와 있으니까 한 시간 정도 쉬었다가 다시 이야기하자."
처럼 다시 대화할 의사를 알려주는 것이 좋습니다.
서로의 말을 듣기보다 이기려고 하면 싸움이 길어진다
연인 사이의 갈등에서 가장 힘든 순간은 대화의 목적이 문제 해결에서 누가 더 잘못했는지를 증명하는 것으로 바뀔 때입니다.
"내가 왜 화났는지 알겠어?"
"네가 먼저 시작했잖아."
"그래도 네가 더 심했잖아."
이런 대화가 반복되면 결국 둘 다 자신의 억울함을 설명하는 데 집중하게 됩니다.
상대방의 잘못을 인정받는 것이 중요할 때도 있지만, 매번 누가 더 잘못했는지를 결정해야 관계가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상황에서는 두 사람 모두 아쉬운 부분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 사람은 약속 시간에 늦었고 다른 사람은 화가 난 상태에서 심한 말을 했을 수 있습니다. 한쪽의 잘못이 다른 쪽의 말투를 정당화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한 사람만 완전히 옳다고 판단하기도 어렵습니다.
이럴 때는
"누가 더 잘못했지?"
보다
"다음에는 어떻게 하면 같은 상황을 피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이 더 실질적인 해결책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싸운 뒤에도 관계를 회복하는 습관이 중요하다
자주 싸우는 커플이라고 해서 반드시 관계가 불안정한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싸운 뒤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다시 관계를 회복하는 과정이 잘 이루어진다면 갈등을 통해 서로를 더 이해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사과를 무조건 빨리 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 미안한지를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미안해."
에서 끝내기보다
"네가 서운하다고 이야기했을 때 내가 바로 변명부터 한 건 미안해. 네 말을 먼저 들었어야 했던 것 같아."
처럼 이야기하면 상대방도 자신의 감정이 받아들여졌다고 느끼기 쉽습니다.
반대로 상대방의 사과를 받아들이면서도 내가 원하는 변화가 있다면 그것을 함께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사과해줘서 고마워. 그런데 다음에는 화났을 때 서로 큰소리는 내지 않았으면 좋겠어."
처럼 말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사과가 단순히 싸움을 끝내기 위한 말이 아니라 다음 갈등을 줄이기 위한 약속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자주 싸우는 커플이 한번 점검해볼 부분
최근 갈등이 반복되고 있다면 두 사람이 다음과 같은 부분을 돌아보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 같은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매번 감정만 풀고 끝내지는 않는지
- 상대의 말을 듣기 전에 반박할 내용을 준비하고 있지는 않은지
- 과거의 일을 현재 갈등에 계속 끌어오고 있지는 않은지
- 서로 원하는 것을 "알아서 해주길" 기대하고 있지는 않은지
- 싸운 뒤에는 다시 편하게 대화하는 시간이 있는지
모든 항목이 해당될 필요는 없습니다. 한두 가지라도 반복된다면 그 부분부터 바꿔보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사랑하는 마음과 갈등 해결 능력은 별개의 문제다
서로를 많이 사랑해도 갈등을 잘 해결하는 방법을 저절로 알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좋아하는 마음은 감정이고, 대화하는 방식은 습관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랑하는 커플도 서로 다른 성격과 기대, 생활방식 때문에 자주 부딪힐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싸우지 않는 관계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싸움이 관계를 계속 망가뜨리지 않도록 방식을 바꾸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예전에는 화가 나면 바로 상대를 몰아붙였다면 앞으로는 잠시 시간을 갖기로 약속할 수 있습니다. 매번 과거의 일을 꺼냈다면 한 번의 대화에서는 현재 문제에 집중하기로 정할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작은 규칙 하나만 만들어도 같은 갈등이 반복되는 양상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사랑하지만 자주 싸우는 커플에게 필요한 것은 무조건 더 많이 참는 것이 아닙니다. 감정을 억누르면 당장은 조용해 보여도 서운함이 쌓여 나중에 더 큰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오히려 서로 어떤 상황에서 예민해지는지, 무엇을 기대하고 있는지, 갈등이 생겼을 때 어떤 방식으로 반응하는지를 알아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싸움이 끝난 뒤에는 "이번에는 누가 맞았는가"보다 "다음에는 무엇을 다르게 해볼 것인가"를 이야기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갈등을 완전히 없애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갈등을 대하는 방식은 두 사람이 함께 바꿔갈 수 있습니다. 싸움의 횟수보다 싸운 뒤 서로를 대하는 방식이 건강한지 살펴보는 것, 그것이 오래 관계를 이어가기 위한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