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지 않아도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이 관계에 미치는 영향

말하지 않아도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이 관계에 미치는 영향

가까운 사람에게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내 마음을 알아줬으면 하는 순간이 있습니다. 표정이 조금 어두워졌을 때 먼저 무슨 일이 있는지 물어주기를 바라거나, 힘든 상황에서는 내가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챙겨주기를 기대하기도 합니다.

특히 오래 알고 지낸 연인이나 가족, 친구에게 이런 마음이 생기기 쉽습니다. 함께 보낸 시간이 많으니 상대가 나를 어느 정도는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상대가 내가 기대한 만큼 알아차리지 못했을 때 시작됩니다. 나는 분명 서운한데 상대는 평소와 똑같이 행동하고, 결국 "이렇게까지 말해야 알아주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가까운 사이라고 해서 서로의 마음을 정확하게 읽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상대가 내 마음을 알아주길 바라는 것 자체가 잘못은 아니지만, 그 기대가 반복되면 관계에서 불필요한 오해가 생길 수 있습니다.

가까운 사람에게 더 많이 기대하게 되는 이유

낯선 사람에게는 내가 원하는 것을 직접 설명하면서도 가까운 사람에게는 설명하는 일이 아깝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이 정도는 내가 말하지 않아도 알겠지."

라는 생각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오랫동안 함께한 사람이라면 상대의 성향이나 생활 습관을 어느 정도 알고 있을 수 있습니다. 평소 좋아하는 음식이나 싫어하는 행동처럼 반복해서 경험한 부분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서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감정은 조금 다릅니다.

같은 상황에서도 그날의 컨디션이나 과거 경험에 따라 받아들이는 방식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내가 평소에는 괜찮았던 말에 어느 날 유난히 속상해질 수도 있고, 상대는 그것을 전혀 예상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관계가 오래됐다는 사실과 서로의 생각을 정확하게 알 수 있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내가 서운한 이유를 상대가 모를 수도 있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이 커지면 상대방의 행동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확인하려는 경우가 생깁니다.

예를 들어 내가 힘든 하루를 보냈는데 상대가 평소처럼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고 해보겠습니다.

나는 속으로

"오늘 내가 힘든 거 티가 났을 텐데 왜 아무것도 안 물어보지?"

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상대는 내가 힘든 하루를 보냈다는 사실 자체를 모를 수도 있습니다.

또 내가 먼저 연락하지 않았는데 상대도 연락하지 않았다면, 나는 "내가 서운한 것을 눈치채고 먼저 연락해주기를 기다렸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반면 상대는 "오늘은 서로 바쁜가 보다"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한쪽에서는 중요한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다른 쪽에서는 아무런 신호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생깁니다.

이 차이가 쌓이면 실제 갈등의 원인보다 상대가 내 마음을 알아주지 않았다는 서운함이 더 커질 수 있습니다.

기대가 커질수록 실망도 커질 수 있다

상대에게 원하는 것이 있다면 직접 말하는 것이 오히려 기대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말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상대가 내 마음을 알아차려야 한다는 기준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생일에 특별한 시간을 보내고 싶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 해보겠습니다.

나는 상대가 알아서 계획해주기를 기대했는데 평소와 비슷하게 하루를 보냈다면 실망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상대 입장에서는 "특별히 원하는 게 없는 줄 알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이때 내가 기대했던 것은 단순히 생일 계획 하나가 아닙니다.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날을 상대도 중요하게 생각해주기를 바랐다"는 마음이 함께 들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작은 일이 생각보다 크게 서운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상대가 일부러 무시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도 마음이 쉽게 풀리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마음을 알아주길 바라는 기대가 반복되면 관계가 어려워질 수 있다

한두 번의 서운함은 대부분의 관계에서 자연스럽게 생길 수 있습니다.

문제는 상대가 알아주지 못할 때마다 마음속으로 점수를 깎는 방식이 반복되는 경우입니다.

"이번에도 몰랐네."

"내가 이 정도도 말해야 하나?"

"나를 정말 잘 알고 있는 게 맞나?"

이런 생각이 계속되면 상대방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시험을 받고 있는 것처럼 느낄 수 있습니다.

특히 내가 원하는 행동을 직접 알려주지 않은 상태에서 상대가 알아차리기를 기대하면, 상대가 어떤 선택을 해도 만족하기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상대가 우연히 내가 원했던 행동을 하면 안심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다시 실망하는 식입니다.

이런 관계가 지속되면 두 사람 모두 피곤해질 수 있습니다.

한 사람은 "왜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지?"라고 답답해하고, 다른 사람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느끼게 됩니다.

원하는 것을 말하는 것은 관계를 덜 낭만적으로 만드는 일이 아니다

"사랑한다면 알아서 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원하는 것을 말한다고 해서 상대방의 자발적인 배려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상대가 나에게 어떤 행동을 해주면 좋은지 알게 되면서 배려할 기회가 생길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힘든 날에는 해결책을 이야기해주는 것보다 그냥 내 이야기를 들어줬으면 좋겠어."

라고 말하면 상대는 다음에 비슷한 상황이 생겼을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내가 연락이 없을 때 먼저 한 번 물어봐주면 고마울 것 같아."

라고 이야기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상대에게 마음을 읽으라고 요구하는 것보다 내가 원하는 행동을 구체적으로 알려주는 것이 훨씬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서운함을 전달할 때는 상대를 평가하지 않는 것이 좋다

원하는 것을 이야기할 때도 표현 방식에 따라 대화의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너는 항상 나한테 관심이 없어."

라고 말하면 상대방의 성격을 평가하는 말처럼 들릴 수 있습니다.

대신

"나는 힘든 일이 있을 때 먼저 물어봐주면 마음이 많이 편해져."

처럼 자신의 경험을 설명하는 방식이 좋습니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상대가 잘못을 인정해야만 대화가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서로 어떻게 하면 좋을지 이야기하기 쉬워집니다.

상대방이 알아주지 못한 것과 관계가 나쁜 것은 구분해야 한다

모든 것을 말하지 않아도 알아주는 관계가 이상적인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가까운 사이에서도 서로 놓치는 부분이 생깁니다.

상대가 내 표정을 보고도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고 해서 반드시 나에게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상대 역시 자신의 일이나 고민에 집중하고 있었을 수 있고, 내가 보내는 신호를 다르게 받아들였을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한 번의 실수나 무심한 행동만으로 관계 전체를 판단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반대로 내가 반복해서 구체적으로 이야기했는데도 상대가 계속 무시하거나, 내 감정을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취급한다면 그때는 다른 관점에서 관계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주길 바라는 기대와, 충분히 설명했는데도 존중받지 못하는 상황은 서로 다릅니다.

이 둘을 구분해야 불필요하게 자신을 탓하거나 상대를 무조건 이해하려는 상황을 피할 수 있습니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기대를 말로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가까운 관계에서는 오히려 설명을 생략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두 사람이 모든 기준을 똑같이 가지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배려가 상대에게는 별것 아닌 행동일 수도 있고, 반대로 상대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배려를 나는 크게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관계가 오래될수록 "당연히 알겠지"라는 생각보다 "이 부분은 서로 알고 있는가?"를 확인하는 대화가 필요합니다.

특히 반복해서 서운해지는 부분이 있다면 마음속에서만 기대하지 말고 한 번쯤 이야기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내가 이런 상황에서는 조금 예민해지는 편이야. 다음에는 이렇게 해주면 좋겠어."

라고 말하면 상대방이 나를 이해할 수 있는 정보가 하나 더 생깁니다.

상대가 그 말을 듣고 자신의 방식도 설명한다면 서로의 기준을 조정할 수도 있습니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은 가까운 사람에게 애정을 받고 싶다는 자연스러운 욕구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이런 마음 자체를 없애려고 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상대가 내 마음을 알아차리지 못했을 때마다 사랑이 부족하다고 해석하면 관계가 쉽게 지칠 수 있습니다. 내가 무엇을 기대하고 있었는지 먼저 알아보고, 필요한 부분은 상대에게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는 편이 서로에게 더 편한 방법입니다.

가까운 사람일수록 모든 것을 설명하지 않아도 통하는 순간이 분명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순간만을 관계의 기준으로 삼을 필요는 없습니다.

서로의 마음을 알아주는 것과 서로의 마음을 알려주는 것은 반대되는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솔직하게 이야기할 수 있을 때 상대도 나를 더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고, 내가 원하는 배려를 조금씩 맞춰갈 수 있습니다.

결국 좋은 관계는 한 사람이 상대의 마음을 완벽하게 읽어내는 관계라기보다, 말하지 못한 기대를 서운함으로 쌓아두지 않고 필요한 순간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관계에 더 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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