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대할 때 적당한 기대가 필요한 이유

사람을 대할 때 적당한 기대가 필요한 이유

사람과 가까워질수록 자연스럽게 기대하는 것도 많아집니다. 친구라면 내 마음을 알아주길 바라고, 연인이라면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을 함께 신경 써주길 바랍니다. 가족에게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내 상황을 이해해주기를 바라기도 합니다.

문제는 기대한 만큼 상대가 행동하지 않았을 때 생깁니다. 평소에는 별일 아닌 것처럼 보였던 행동도 "나를 생각했다면 이 정도는 해줄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면 서운하게 느껴집니다.

그렇다고 사람에게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은 방법은 아닙니다. 기대가 전혀 없다면 가까운 관계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도 상대에게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알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기대의 크기를 무조건 낮추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실제 모습과 내가 바라는 모습을 구분하는 것입니다.

가까운 사람일수록 기대가 커지는 이유

사람에게 기대를 하는 데에는 관계의 친밀도가 영향을 줍니다. 자주 만나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에게는 자연스럽게 "이 사람이라면 나를 이해해줄 것"이라는 생각이 생깁니다.

처음 만난 사람에게 약속 시간에 조금 늦었다고 크게 실망하지 않는 것은 상대에게 특별한 기대를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오랫동안 알고 지낸 친구가 반복해서 약속 시간에 늦는다면 같은 행동도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여기에는 단순한 행동보다 관계에서 내가 예상하고 있던 역할이 작용합니다.

"친한 친구라면 힘들 때 연락해줄 것이다."

"가족이라면 내 상황을 이해해줄 것이다."

"연인이라면 내가 말하지 않아도 어느 정도 알아줄 것이다."

이런 생각이 실제 약속처럼 굳어지면 상대가 그것을 지키지 않았을 때 실망이 커집니다.

하지만 상대방은 그런 기대가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모를 수 있습니다. 내가 당연하다고 생각한 기준이 상대에게는 당연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기대와 요구는 서로 다른 문제다

사람을 대하면서 기대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관계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기대도 있습니다.

문제는 내가 바라는 것을 상대가 반드시 해야 하는 의무처럼 생각하는 순간 생길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친구에게 힘든 일이 있을 때 먼저 연락해주기를 바라는 것은 자연스러운 기대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친구가 먼저 연락하지 않았다고 해서 곧바로 "나를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판단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상대에게 기대했던 행동과 상대의 마음을 같은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다음과 같은 차이를 생각해보면 조금 더 쉽게 구분할 수 있습니다.

  • 기대: "이 사람이 이렇게 해주면 좋겠다."
  • 요구: "가까운 사이니까 당연히 이렇게 해야 한다."
  • 판단: "이렇게 하지 않았으니 나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첫 번째는 내 바람입니다. 두 번째부터는 상대에게 특정 행동을 요구하는 성격이 강해지고, 세 번째는 하나의 행동으로 관계 전체를 평가하게 됩니다.

기대가 커질수록 문제가 되는 것은 기대 자체가 아니라 기대가 상대방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바뀌는 과정입니다.

상대의 실제 모습보다 내가 만든 이미지에 기대고 있지는 않을까

사람을 대할 때 실망이 반복된다면 상대의 행동만 살펴보기보다 내가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지도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누군가가 처음에는 자주 연락하고 세심하게 챙겨줬다고 해보겠습니다. 시간이 지나 연락이 줄어들면 "예전에는 안 그랬는데 왜 변했지?"라는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상대의 성향이 달라진 것인지, 아니면 처음의 모습을 기준으로 상대를 계속 판단하고 있는 것인지는 구분해야 합니다.

사람에게는 장점뿐 아니라 한계도 있습니다.

친절하지만 연락에는 서툴 수 있고, 책임감은 강하지만 감정 표현이 적을 수도 있습니다. 나를 아끼면서도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표현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래서 기대를 조절할 때는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이었으면 좋겠는가"보다 "지금까지 이 사람이 실제로 어떤 모습을 보여왔는가"를 함께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상대가 반복해서 보여준 행동은 기대를 조정하는 데 꽤 useful한 기준이 될 수 있습니다.

기대를 줄여야 하는지 판단하는 기준

그렇다고 모든 관계에서 기대를 낮추기만 하면 됩니다. 오히려 계속 참고 기대를 줄이다 보면 관계에서 내가 원하는 것까지 포기하게 될 수 있습니다.

다음 질문을 통해 내가 가진 기대가 적절한지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 내가 바라는 행동을 상대에게 실제로 설명한 적이 있는가?
  • 그 행동이 상대의 상황에서 가능한 것인가?
  • 상대가 이전에도 비슷한 행동을 보여준 적이 있는가?
  • 내가 원하는 것은 부탁에 가까운가, 상대의 의무라고 생각하고 있는가?
  • 한 번의 실수를 반복되는 성향처럼 받아들이고 있지는 않은가?
  • 상대가 나와 다른 방식으로 배려하고 있는 부분은 없는가?

특히 말하지 않은 기대는 관계에서 갈등을 만들기 쉽습니다.

나는 상대가 알아서 해주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상대는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는 상황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이럴 때는 기대를 낮추기보다 먼저 기대를 언어로 바꿔보는 것이 좋습니다.

"알아서 해줬으면 좋겠어"보다

"내가 힘들 때는 먼저 안부를 물어주면 고마울 것 같아."

처럼 구체적으로 말하면 상대도 내가 원하는 행동을 이해하기 쉬워집니다.

적당한 기대는 관계를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실망을 줄여준다

사람에게 기대를 전혀 하지 않으면 편할 것처럼 보입니다. 상대가 무엇을 하든 "원래 저 사람은 저래"라고 생각하면 실망할 일이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이 항상 건강한 것은 아닙니다.

내가 원하는 것을 계속 포기하거나 불편한 행동까지 아무렇지 않은 척하다 보면 관계에 대한 관심 자체가 줄어들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적당한 기대에는 기준을 갖되 상대의 모든 행동을 내 기준에 맞추려고 하지 않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연인이 연락을 자주 해주기를 바란다고 해보겠습니다. 상대가 바쁜 날에도 계속 연락해야 한다고 생각하기보다, 서로 가능한 연락 빈도를 정해볼 수 있습니다.

친구가 내 고민을 잘 들어주기를 바란다면 친구가 항상 상담자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기보다, 지금 이야기를 나눌 여유가 있는지 먼저 물어볼 수도 있습니다.

이런 방식은 기대를 없애는 것이 아닙니다. 상대의 현실을 고려하면서 내가 원하는 기준을 조정하는 것에 가깝습니다.

실망했을 때 바로 관계 전체를 평가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기대한 행동이 나오지 않았을 때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이 "나를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 번의 행동만으로 상대의 마음이나 관계 전체를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평소에는 잘 챙기던 친구가 중요한 날에 연락하지 않았다고 해보겠습니다. 실망스러운 것은 당연합니다. 그렇지만 그날 특별한 일이 있었는지, 최근에도 계속 비슷한 행동이 있었는지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한 번의 사건과 반복되는 패턴은 구분해야 합니다.

이 기준은 연인이나 가족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한 번의 실수라면 서로 설명하고 지나갈 수 있지만, 같은 행동이 반복되고 그 이유를 이야기했는데도 전혀 조정되지 않는다면 관계에서 실제로 살펴봐야 할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실망했을 때는 "왜 나에게 이렇게 했을까?"만 생각하기보다 "이 행동은 일시적인가, 반복되는가?"를 먼저 확인해보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사람마다 배려를 표현하는 방식도 다르다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행동을 상대도 중요하게 생각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기대가 쉽게 커집니다.

나는 자주 연락하는 것이 관심의 표현이라고 생각하지만 상대는 필요한 순간에 직접 도와주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나는 기념일을 챙기는 것이 중요하지만 상대는 평소에 꾸준히 약속을 지키는 것을 더 큰 배려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차이는 누가 더 사랑하고 누가 덜 배려하는지를 바로 보여주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서로 다른 기준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 기대를 조금 더 현실적으로 조정할 수 있습니다.

상대가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행동하지 않았을 때 바로 부족하다고 판단하기보다, 그 사람이 실제로 어떤 방식으로 마음을 표현하고 있는지 함께 살펴보는 것입니다.

물론 모든 행동을 좋은 의도로 해석해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반복되는 무시나 일방적인 요구까지 배려의 방식이 다르다는 이유로 받아들일 필요도 없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상대의 행동을 무조건 좋게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행동과 반복되는 패턴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입니다.

기대를 조절한다는 것은 사람을 포기하는 일이 아니다

사람을 대할 때 적당한 기대가 필요한 이유는 실망하지 않기 위해 모든 기대를 없애야 해서가 아닙니다.

오히려 상대에게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그것이 상대의 실제 모습과 얼마나 차이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입니다.

내가 기대한 행동이 나오지 않았다고 해서 곧바로 관계의 의미까지 부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반대로 계속 실망하면서도 "내가 기대를 낮추면 된다"고만 생각할 필요도 없습니다.

상대에게 말하지 않은 기대가 있었다면 표현해보고, 상대의 행동이 일시적인 것인지 반복되는 것인지 살펴보고, 내가 원하는 기준과 상대가 실제로 보여주는 모습 사이의 차이를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사람마다 성향과 생활 방식이 다른 만큼 모든 관계가 내 기대대로 움직일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 관계가 반드시 편안한 것도 아닙니다.

내가 바라는 것과 상대가 실제로 할 수 있는 것을 구분하는 것. 한 번의 행동과 반복되는 패턴을 구분하는 것.

이 두 가지를 의식하면 사람에게 실망하는 순간에도 관계를 지나치게 단순하게 판단하는 일을 조금 줄일 수 있습니다.

다음 이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