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을 잘 표현하는 사람이 관계를 오래 유지하는 이유

감정을 잘 표현하는 사람이 관계를 오래 유지하는 이유

친한 사람과 오래 지내다 보면 마음에 걸리는 일이 생겨도 그냥 넘어갈 때가 있습니다. 지금 이야기하면 괜히 분위기가 어색해질 것 같고, 이 정도 일로 서운하다고 말하면 예민한 사람처럼 보일까 걱정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작은 감정을 참고 지나갑니다. 그런데 비슷한 일이 반복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예전에는 괜찮았던 말 한마디가 유난히 크게 느껴지고, 사소한 행동에도 "나를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반대로 자신의 감정을 적절한 시기에 표현하는 사람은 관계에서 생긴 작은 불편함을 오래 쌓아두지 않는 편입니다. 감정을 많이 표현해서 관계가 오래가는 것이 아니라, 문제가 커지기 전에 서로의 상태를 알 수 있다는 점이 관계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감정을 표현하지 않으면 상대방은 내 상태를 알기 어렵다

사람은 가까운 사이에서도 상대방의 마음을 정확하게 읽을 수 없습니다. 표정이나 말투를 보고 어느 정도 짐작할 수는 있지만, 그것만으로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확실하게 알기는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친구가 약속 시간에 늦었는데 아무 말 없이 넘어갔다고 해보겠습니다. 친구는 별문제 없이 지나간 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나는 속으로 계속 서운함을 느끼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이런 차이가 반복되면 한 사람은 "나는 별일 없이 잘 지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왜 갑자기 화를 내지?"라고 느끼고, 다른 사람은 "나는 계속 참고 있었는데 이제 와서 모른 척한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결국 갈등의 원인은 단순히 늦은 약속 하나가 아니라 서로가 상대방의 상태를 다르게 알고 있었던 것이 됩니다.

그래서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상대에게 내 마음을 맞혀달라고 요구하는 것과 다릅니다. 오히려 내가 어떤 상태인지 알려줌으로써 상대가 상황을 이해할 수 있는 정보를 주는 행동에 가깝습니다.

오래가는 관계에서는 작은 감정을 일찍 다루는 경우가 많다

관계에서 모든 불편함을 즉시 이야기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사소한 일은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사라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같은 감정이 계속 남거나 비슷한 상황이 반복된다면 이야기를 꺼내는 편이 나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친구와 만날 때마다 약속 장소를 내가 정하고 일정도 대부분 내가 준비한다고 해보겠습니다. 한두 번이라면 크게 신경 쓰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어느 순간 "왜 항상 나만 신경 써야 하지?"라는 불만으로 바뀔 수 있습니다.

이때 처음부터 큰 불만을 쏟아내기보다

"요즘 약속을 정할 때 내가 계속 준비하는 것 같아서 조금 부담돼. 다음에는 같이 정하면 좋겠어."

라고 이야기하면 문제의 크기를 작게 유지할 수 있습니다.

이런 방식의 장점은 상대방이 행동을 조정할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감정이 크게 쌓인 뒤에야 알게 되는 것보다 훨씬 대응하기 쉽습니다.

감정을 잘 표현한다는 것은 화를 잘 내는 것과 다르다

감정을 표현한다고 하면 솔직하게 자신의 기분을 모두 말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감정을 있는 그대로 쏟아내는 것과 상대에게 감정을 전달하는 것은 다릅니다.

예를 들어 화가 난 상태에서

"너는 항상 사람을 무시하잖아."

라고 말하면 감정은 분명하게 전달될 것 같지만 상대는 자신이 평가받고 있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반면

"아까 내가 이야기하는데 계속 휴대폰을 보고 있어서 내 말을 중요하게 듣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어."

라고 말하면 내가 경험한 상황과 그때의 감정을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두 문장 모두 불편한 마음을 표현하고 있지만 방향은 다릅니다.

첫 번째는 상대방의 성격을 판단하고 있고, 두 번째는 내가 본 행동과 내가 느낀 감정을 설명합니다.

그래서 감정을 잘 표현하는 사람이라고 해서 감정을 강하게 드러내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감정이 상대방을 공격하는 말로 바뀌기 전에 자신의 상태를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관계에서 대화를 이어가기 쉬울 수 있습니다.

감정을 표현하는 타이밍도 관계에 영향을 준다

같은 말을 하더라도 언제 이야기하느냐에 따라 받아들이는 느낌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상대방과 크게 다툰 직후에는 이미 서로 방어적인 상태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때 오래전부터 쌓여 있던 감정을 한꺼번에 꺼내면 현재의 문제와 과거의 문제가 섞이기 쉽습니다.

반대로 감정이 조금 가라앉은 뒤 구체적인 상황을 이야기하면 상대도 내용을 이해할 여지가 생깁니다.

그렇다고 감정을 계속 미루는 것이 좋은 방법은 아닙니다. 너무 오래 참으면 작은 문제가 큰 불만으로 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기준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 한 번 지나간 일인지 계속 마음에 남는 일인지
  • 비슷한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지
  • 감정이 시간이 지나도 줄어들지 않는지
  • 상대가 알아야 앞으로 행동을 조정할 수 있는 문제인지
  • 지금 이야기하면 해결에 도움이 될 만한 상태인지

특히 같은 감정이 반복해서 남는다면 표현할 필요가 있는 신호로 볼 수 있습니다.

상대방의 반응까지 통제하려고 하면 감정 표현이 어려워진다

감정을 잘 표현하려고 해도 한 가지 어려움이 있습니다. 내 마음을 이야기한 뒤 상대가 원하는 방식으로 반응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나는 서운했어"라고 이야기했다고 해서 상대가 반드시 "내가 잘못했어"라고 인정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상대는 상황을 다르게 기억할 수도 있고, 내가 느낀 감정의 크기를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감정 표현의 목적을 상대방에게 특정 반응을 받아내는 것으로 정하면 오히려 대화가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내 상태를 정확하게 전달하고, 그 이야기를 바탕으로 서로의 생각을 확인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친구에게 서운함을 이야기했는데 친구가 처음에는 "나는 그런 의도로 한 게 아니었어"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렇게 하려던 건 아니라는 건 알아. 그래도 나는 그때 조금 서운하게 느꼈어."

라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상대의 의도와 내가 받은 감정을 동시에 인정할 수 있습니다. 누가 옳은지를 결정하지 않아도 서로 다른 경험을 확인할 수 있는 것입니다.

감정을 표현하는 사람은 관계의 변화를 빨리 알아차릴 수 있다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관계에 도움이 되는 또 다른 이유는 상대방의 반응을 확인할 기회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내가 불편한 점을 이야기했을 때 상대가 듣고 조정하려는 모습을 보인다면 관계를 유지하면서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반대로 같은 이야기를 여러 번 했는데도 계속 무시하거나 비난하는 상황이 반복된다면 관계의 다른 부분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상대가 내가 원하는 답을 했는가가 아닙니다.

내 감정을 들은 뒤 대화를 이어가려는지, 서로 조정할 방법을 찾으려는지, 이전과 다른 행동을 시도하는지가 더 중요한 정보가 될 수 있습니다.

감정을 표현하면 상대가 나를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바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두 사람이 문제를 다루는 방식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오래가는 관계는 감정이 없는 관계가 아니라 감정이 쌓이지 않는 관계에 가깝다

오래된 관계라고 해서 서운함이나 화가 전혀 생기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가까운 사이일수록 서로에게 기대하는 것이 있기 때문에 다양한 감정을 경험하게 됩니다.

차이는 그 감정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있습니다.

계속 참고 있다가 어느 순간 한꺼번에 터뜨리는 방식에서는 상대방이 무엇을 놓쳤는지 알아차리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반대로 불편한 감정을 적절한 시기에 작게 표현하면 상대방도 자신의 행동을 돌아볼 기회를 가질 수 있습니다.

물론 모든 감정을 바로 말할 필요는 없습니다. 잠시 생각한 뒤 정말 필요한 이야기인지 판단하는 과정도 중요합니다.

다만 마음속에서 같은 문제가 계속 반복된다면 "괜찮다"고 넘기는 것만이 관계를 지키는 방법은 아닙니다.

"나는 그때 조금 서운했어."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부담을 느껴."

"다음에는 이렇게 해보면 좋겠어."

처럼 자신의 감정과 원하는 변화를 차분하게 전달하는 것만으로도 관계가 문제를 다루는 방식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결국 오래 유지되는 관계는 아무런 감정이 생기지 않는 관계라기보다, 작은 감정이 오랫동안 쌓여 서로에 대한 오해로 커지기 전에 꺼내놓을 수 있는 관계에 가깝습니다. 감정을 잘 표현한다는 것은 상대를 설득하거나 원하는 반응을 받아내는 기술이 아니라, 서로의 현재 상태를 알 수 있게 하는 대화의 방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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